[인물탐구] 김낙순 마사회장 ③ 비전: 경마를 프리미어리그만큼 인기 있는 레저스포츠로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8-09-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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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일러스트=민정진/ⓒ뉴스투데이]


경마 등 말 산업, 카지노나 로또와 같이 사행산업 규제에 묶여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국민을 향해, 말과 함께!’,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지난달 새로운 경영 슬로건을 내세우며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우리나라의 말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주도해 확정한 이 슬로건은 그동안 실추된 마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사행산업으로 치부됐던 말산업의 인식을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더 강하다.

이런 경영 방침은 경마 산업이 카지노나 로또와 같이 도박으로 묶여 경마를 시행하는 취지가 훼손되고, 국제적인 레저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마산업은 사행산업으로 분류돼 사행산업감독위원회의 매출총량제 규제를 받고 있다. 해당연도에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행사업 매출 규모에 따라 매출액을 조절하고 이를 초과할 시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런 식의 규제를 받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95년의 경마 역사에도 발전이 더딘 이유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경마를 사행산업으로 분류해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발상으로 세계적인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며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경마선진국의 경우 국제적인 스포츠나 온 국민이 참여하는 문화 축제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어 “마사회의 새로운 비전이 실행되려면 규제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호주 등 경마선진국에서 경마대회는 전 국민의 축제로 인식

김낙순 회장, 말 산업 비전 제시..사행산업 아닌 국민 레저스포츠로 무게 중심 이동중

경마산업이 ‘도박’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경마 선진국들에게 말 자체는 스포츠이자 문화로 여겨진다. 경마 종주국인 영국에서 경마는 프리미어리그 축구 만큼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종목이다. 경마 축제는 영국 최고의 이벤트로 꼽힐 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가장 사랑할 만큼 전통과 위상이 대단하다.

호주에서도 경마는 단순 경주가 아닌 국민적 행사에 가까운 수준이다. 1861년부터 호주 역사와 함께 해온 멜버른컵 경주 기간에는 호주의 경제활동이 중단될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 과거 다이아나 왕세자비, 사라제시카 파커, 나오미 캠벨 등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즐기러 올 정도로 명성이 높은 대회다.

김 회장 역시 ‘국민을 향해’라는 경영 기조에 맞춰 선진국처럼 우리나라 말산업을 국민들에게 문화의 개념으로 다가가도록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마사회는 이를 위한 과제로 6대 혁신안을 내놨다. 6대 혁신과제는 ▲말산업 육성 선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회 공헌 기능 강화 ▲건전한 놀이문화 조성 ▲경마 이용자 보호 적극추진 ▲장외발매소 운영혁신 ▲기관 윤리성·준법성 강화 등으로 이익 중심에서 벗어나 공익성과 공공성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0년까지 3년간 194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가경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말산업 규모를 2020년까지 3조6500억원으로 확대하고, 승마인구를 현재 4만9000명에서 50% 증가시켜 아시아 최고 수준인 7만5000명까지 육성하기로 했다. 또 거점형 직영 승마장을 설치해 재활승마와 힐링승마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문화 조성도 진행 중이다.

혁신안은 이미 첫 걸음을 떼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논란이 됐던 서울 용산 경마 장외발매소 건물을 농어촌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로 전환하고, 청년 스타트업도 지원하기로 했다. 소방공무원의 재활을 돕는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승마 인구 확산을 위해 이달부터 도심공원에서 체험 승마를 운영을 시작했고, 10월에는 온 가족이 경마장에서 즐길 수 있는 ‘렌츠런파크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경마 수출에도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한국경마 실황 해외수출 사업을 추진한 마사회는 2016년 마권 시장 세계 2위인 호주에 진출해 서울과 부산경남에서 열린 경주를 호주 전역에 방송했다. 작년 8월에는 미주시장을 뚫은데 이어 올해에는 경마종주국인 영국을 비롯해 아일랜드, 스페인, 벨기에 등 유렵 4개국에 중계 실황을 수출하며 세계 경마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해외 매출액은 작년 기준으로 약 629억원을 달성했고, 올 상반기에는 33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1% 급증했다.

올해 1월 취임 후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를 진두지휘한 김 회장은 취임 초 제기됐던 전문성 우려를 조기에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마사회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변화의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결단력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해외 말산업을 통해 우리나라도 경마를 레저스포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마사회가 내건 슬로건이 국민이 체감될 수 있도록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말 산업과 함께 마사회가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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