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쓰레기 '분리수거'말고 '분리배출' 해요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8-09-11 16:10
1,363 views
N

 
‘분리수거’는 수거업체에 책임 전가…‘분리배출’은 시민의 나누어 버리는 행위 강조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모든 비닐류는 재활용품으로 수거하지 않습니다.’ 올해 4월 서울과 수도권 의 일부 아파트 쓰레기 수거 장소에 붙여진 안내문이다.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지난 4월 1일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분리수거 중단 원인의 물꼬는 분리수거 불량에서 시작됐다. 분리수거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에 일회용품을 분리하는데 드는 노동력 부담이 커졌고,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중국의 폐자원 수입규제로 인한 단가하락까지 덮쳤다.
 
문제는 ‘분리수거’가 아니라 ‘분리배출’이었던 거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분리수거’는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린 쓰레기 따위를 거두어 가는 것’으로 정의했다. ‘분리수거’는 재활용품을 분리해 버리는 쪽이 아니라, 분리된 쓰레기를 거두어 가는 쪽에 ‘쓰레기 분리’ 책임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피하려면 말부터 바꾸어야 한다. '분리수거'가 아니라 ’분리배출‘이라 말해야 한다. 말의 무게, 단어의 선택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통해 단어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세금 구제(tax relief)’라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한 예를 들었다. ‘구제’가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받는 자가 있고, 그 고통을 없애주는 구제자, 즉 영웅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 누군가 그 영웅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들은 구제를 방해하는 악당이 되는 셈이다.
 
‘세금’이 ‘구제’ 앞에 붙으면서 이 같은 은유가 성립됐다. 국가 운영에 꼭 필요한 세금이 용어 하나로 고통의 원인이 됐다.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의 공화당과 라이벌인 민주당의 세금 정책이 발을 묶이게 됐다.
 
조지 레이코프는 “이것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본질은 그 안에 있는 생각”이라며 “언어는 그러한 생각을 실어나르고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빌려, 분리배출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쓰레기의 분리 주체가 쓰레기 수거 업체가 아닌 버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쓰레기 분리배출, 쓰레기로부터 지구·인간 지키는 첫걸음
 
여전히 쓰레기 종량제 속 재활용품 자원이 70%

 
분리배출 강조는, 환경 보전을 위한 재활용량 증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쓰레기를 땅에 묻거나 태우면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된다. 환경오염은 인류 생존에 위협을 가하기까지 한다. 매립한 쓰레기가 썩으면서 오염물질이 땅속에 흡수돼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된다. 쓰레기를 태우면 몸에 해로운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 등에 따르면 미국, 레바논, 인도, 영국 등 세계 13개국의 수돗물과 미국, 유럽, 아시아산 소금, 미국산 맥주에서 잘게 부서진 지름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국 샘플에서 1ℓ당 60개가 검출됐고, 레바논 23.3개, 인도 20개, 영국 13개 순으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국인의 표준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수돗물과 식염, 맥주를 통해 연간 58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
 
아직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미약하다. 한마디로, 인체에 어떠한 해가 미치는지도 모른 채 미새플라스틱을 마시는 ‘도박’을 하는 셈이다.
 
해양 동물들도 해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바다로 유입된 폐플라스틱은 해마다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바다 거북이를 해치고 있다. 해양 동물들이 폐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병에 걸리거나 죽게 되는 것이다.
 
환경과 그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첫걸음은 분리배출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쓰레기 종량제와 더불어 재활용품 분리수거제도를 도입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제도 도입 전 1994년 국내 하루 재활용량은 8927t(톤)이었으나, 분리수거제도 도입 후 지난 2016년 재활용량은 3만2253t으로 3.6배나 증가했다.
 
여전히 분리배출의 길은 멀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종량제 속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이 가능한 자원은 70%에 달한다.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면 연간 종량제 봉투 약 5억 매를 절약할 수 있고, 약 3000억원 상당의 종량제 봉투 구매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인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경제적인 비용절감 차원에서도, 앞으로 우리는 분리수거가 아니라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