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지 헛점 드러낸 정부의 메르스 검역체계, '수액주사'와 '거짓말' 못잡아
강소슬 기자 | 기사작성 : 2018-09-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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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3년 만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입국객들이 체온을 측정하기 위한 열화상카메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고열과 기침만 메르스 판정 기준, 수액맞고 열내리면 검역대 무사통과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국내에서 3년 만에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공항 검역단계에서는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입국장을 통과함에 따라 '고열'과 '기침'만을 기준으로 삼은 정부의 메르스 검역체계가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자가 수액주사를 맞아 고열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린 상태에서 거짓 진술을 할 경우 메르스 방역망은 무너지는 것이다. 

질병관리공단에 따르면 메르스는 중동 여행력과 호흡기 증상 및 발열(37.5도 이상) 등이 판단기준이라며, 설사는 관련 기준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해 “메르스 의심환자 분류기준은 중동 여행력과 호흡기 증상 및 발열 등으로 기타증상이 없는 설사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이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질병통계예방센터(CDC)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서울 거주 A(61)씨는 귀국하기 전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비행기에 내려서 몸이 안 좋다며 휠체어를 타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별다른 제재 없이 공항을 떠난 A씨는 4시간 만에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의심환자 진단을 받았다. 

메르스의 주된 증상은 발열과 호흡기 이상이지만, 설사와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도 무시할 수 없다. A씨는 쿠웨이트 방문 기간인 지난달 28일 설사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한 이력이 있었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수액주사를 맞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환자가 감염국가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맞고 한국에 들어올 경우 검역당국이 메르스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0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동지역에서 귀국한 환자가 발열은 없지만, 설사가 있다면 격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중동지역에서 귀국하는 고객 중 설사는 하지만 발열이 없다면 질병관리공단에서 내린 매뉴얼에 따라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다"면서 “항공사에서 자체적으로 메르스 의심환자라며 격리를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대답했다.

귀국 비행기에서 수액 맞으면 메르스 감염 사실 은폐가 더 쉬워 

대한항공 관계자는 또 “해열제, 수액 등은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등 좌석 등급에 관계없이 긴급한 상황의 탑승객에게 투여하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휠체어의 경우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도 고객이 몸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면 탑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항공사의 대응 수칙으로 봐도 고열이 없는 탑승객이 휠체어를 타고 입국해도 검역당국은 단순 환자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A씨는 기내가 아니라 출발지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지만, 감염자가 검역대를 통과하기 2,3시간 전 기내에서 맞으면 고열 증상을 은폐하기가 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마음만 먹으면 메르스 속일 수 있다?


정부 당국이  A씨의 행적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당사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판단한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7일 오후 4시 51분에 인천공항에 입국한 A씨는 검역법에 따라 중동지역을 방문하고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귀국할 때 검역관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했다.
 
A씨는 비행기에 내려 휠체어를 타고 입국장으로 향해 개인정보와 최근 21일 동안의 방문국가 및 질병 증상을 기록하는 질문서를 제출하며 설사는 10일 전에 있었지만, 현재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신고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고막체온계로 측정했을 때 체온이 36.3도로 정상이고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보이지 않자 A씨를 검역대에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휠체어를 타고 입국장으로 향했지만, 검역에서 특별한 고려사항이 되지는 않았다.
 
귀가 후에 발열 등의 메르스 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메르스 예방관리 리플릿을 전달하는 선에서 검역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A씨는 본인의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인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지난 9일 오후 시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관련 대책회의에서 “A씨는 입국 전 부인에게 ‘마스크를 끼고 마중 나오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아내가 자가용으로 왔지만, 막상 병원으로 이동할 때는 아내와 따로 리무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말했다. 아내의 감염을 우려한 것이다. 

이 조사관은 “역학조사하면서 노출력을 조사했는데 A씨는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소슬 기자 soseul@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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