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메르스, 복지부서 구멍 뚫리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철벽 차단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8-09-10 16:59   (기사수정: 2018-09-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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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입국객들이 체온을 측정하기 위한 열화상카메라 앞을 지나고 있다. 지난 7일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서울거주 A씨가 메르스 의심 전황에도 공항 검색대에서는 이상 없이 통과했고,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 연합뉴스

허술한 정부 검역체계, 삼성서울병원마저 놓쳤더라면…일상접촉자 440명 모두 복지부 실수 탓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와 2m 이내에서 접촉한 ‘밀접접촉자’ 21명 중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을 제외한 17명은 모두 삼성서울병원에 가기 전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 1만 6000여 명이 격리되고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대부분의 의심 환자들이 병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대조적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 환자의 ‘일상접촉자’ 440명 가운데 서울 거주자는 총 172명, ‘밀접접촉자’ 21명 중 서울 거주자는 총 10명으로 확인됐다. 일상접촉자는 밀접접촉자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작지만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밀접접촉자 중 확진자의 입국 이후 이동 경로와 접촉자 조사를 통해 항공기 승무원 3명, 탑승객(확진자 좌석 앞뒤 3열) 9명, 가족 1명, 검역관 1명, 출입국심사관 1명, 리무진 택시 기사 1명, 메르스 환자의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 1명 등 총 17명은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그 이전에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것이다. 이외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만이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환자와 접촉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집중 감시를 받고 있다.
 
일상접촉자들은 아랍에미리트 항공편으로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탑승객이 대부분이다. 메르스 확진환자는 공항 검색대에서 문제없이 통과됐으나,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증상 확인 후 의심환자로 분리되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됏다. 정부가 놓친 메르스 감염자를 병원마저 놓쳤다면, 총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마찬가지로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뻔했다.


▲ 메르스 확진 환자의 주요 동선. 밀접접촉자 중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을 제외한 밀17명과 일상접촉자 440명은 확진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내원하기 전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하거나 행동반경에 함께 있어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공항 검역관, 체온 한 번 재고 ‘메르스 예방관리 리플릿’만 전달
 
삼성서울병원, “중동 방문 뒤 설사” 이야기에 곧바로 격리

 
따라서 3년 만에 발생한 메르스 환자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검역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동지역 여행자에 대한 특별관리를 한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로는 '관료주의' 특유의 기계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3년 전에 메르스로 인해 대재앙을 겪고 난 뒤에도 여전히 복지부동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씨(61)는 처음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당시 설사 증상 등으로 몸에 불편을 느껴 휠체어를 이용했다. 공항 검역관은 그의 몸이 불편한 상태라는 걸 알았지만, 메르스의 가능성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A씨는 검역관에게 “설사 증상이 10일 전에 있었는데 현재는 증상이 없다”라는 내용의 건강상태질문서를 냈다. 이를 본 검역관은 A씨의 체온만 쟀을 뿐 더 이상의 검사는 하지 않았다.
 
정부가 놓친 A씨의 메르스 판결을 삼성서울병원에서 발견했다.
 
A씨는 입국 후 집으로 향하지 않고,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가 자신의 증상을 상담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A씨가 중동 방문 뒤 설사 증상을 겪었다는 이야기에 선별격리실로 그를 안내했다. 일반 환자들처럼 외래접수 창구로 보내지 않아 일반환자와의 접촉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는 A씨의 메르스 의심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입국시켰지만, 3시간 만에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의심 정황을 포착해 그를 격리했다. 공항 검역관이 A씨에게 메르스 증상 때 신고, 메르스 예방관리에 대한 리플릿만을 제공한 것과 대비되는 대처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공항에서는 없었다고 하지만 열이 나는 증상이 있었다”라며 “채혈이나 객담(가래) 검사 등을 벌인 결과, 메르스 의심 정황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3시간 차이로 공항 검역관과 삼성서울병원의 소견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이 허술했다면,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공포가 2018년에도 재현될 뻔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이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 초동 대응에 실패해 대규모 환자를 발생했던 2015년 메르스 사태와는 다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5년에는 첫 환자가 입국 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보름이 걸렸고, 병원 4곳에서 이 환자에 메르스 의심 정황을 포착하지 못해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의협, “메르스 확진·격리가 공공부문이 아닌 삼성서울병원서 이뤄진 건 ‘검역 관리의 실패’”

 
대한의사협회도 메르스 확진 환자의 입국 과정에 대해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검역 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유와 관계없이 메르스 확진과 격리가 검역과 같은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에서 이뤄졌다는 점과 환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것은 검역 관리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어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라도 중동 방문력, 복통과 설사, 오염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했다는 점을 보다 주의 깊게 살펴봤다면 검역단계에서 의료기관으로의 이송, 동선 최소화, 보호구 착용 등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국자가 해외에서 감염병 오염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검역 시 제출하는 건강상태 질문서에 관련 항목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강이슬 기자 2seul@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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