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현대차와 BMW 중 누가 복숭아?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8-09-03 13:10   (기사수정: 2018-09-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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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다니는 A, 브랜드를 기준으로 중고차를 골라?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 A가 중고차를 사려고 한다. 국산 현대차와 외제 BMW 중에 저울질을 하는 중이다. 어떤 선택이 현명할까? 그가 브랜드를 기준으로 선택한다면 어리석은 인간이다.

중고차 고르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차의 이력’이다. 아무리 최고급 사양이라고 해도 장마 때 침수됐거나 대형 교통사고로 엔진이 망가져 수리한 차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BMW 7시리즈 롱바디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싼 가격에 나왔다고 냉큼 사버린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왼쪽)와 BMW중 '복숭아'를 골라주는 중고차 정보서비스업이 활성화되려면 국회에서 관련 규제개혁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게 선결과제이다. ⓒ연합뉴스

중고차 시장은 대형사고 겪은 ‘레몬’이 잘 팔리는 시장

집으로 끌고 오는 길에 시동이 꺼질 수도 있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은 ‘레몬 시장이다. 레몬이란 보기 좋지만 크게 한입 베어 먹었다간 낭패를 보는 과일이다. 중고차도 겉보기에 번지르르하지만 치명적인 사고 이력을 가진 레몬들이 잘 팔린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고이력이 없고 관리가 잘 된 차를 ‘복숭아’라고 한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아 중고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버린다. 비싼 가격 탓이다.

예컨대 구매자가 1000만원 짜리 차량을 구매하려 할 경우, 레몬의 판매자(차량 소유자 혹은 딜러)는 반색하며 차를 넘긴다. 이에 비해 복숭아 판매자는 차를 거둬들인다. 결국 중고차 시장은 레몬만 넘쳐난다.


규제혁신 우수 사례 뽑힌 중소기업 ‘첫차’의 중고차 정보는 불완전

지난 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던 데이터경제 규제혁신 행사인 ‘대한민국이 바뀐다’에서 빅데이터 활용 우수 사례로 선정된 중소기업 ‘첫차’는 바로 중고차 시장에서 ‘레몬’을 가려주는 회사이다.

모바일 중고차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중고차의 ‘이력’을 제공한다. 침수된 차인지, 아니면 차주가 곱게 쓰다가 넘기는 차인지를 알려준다는 얘기이다.

만약 ‘첫차’의 정보가 완벽하다면 구매자들은 레몬이 넘쳐나는 중고차 시장에서 복숭아를 골라 낼 수 있다. 첫차는 국토교통부, 보험개발원 등에서 제공되는 공공데이터와 금융사, 보험사, 중고차협회, 차량제조사 등에서 확보한 민간데이터 등을 종합해 정보를 생산한다고 한다.

그러나 첫차의 서비스는 불완전한 상태이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중고차의 ‘완벽한 진실’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 실정이다. 

미국의 유명한 중고차 사이트인 카맥스(Carmax),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등도 마찬가지이다. 후기를 보면 “사기꾼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다.


중고차 시장내 ‘정보의 비대칭성’ 해결하려면 ‘카센터의 비밀’을 공개해야

문 대통령이 강조한 익명 및 가명 정보 규제 혁신이 ‘첫차’를 날게 하는 법

중고차 시장에서 레몬을 파는 사기꾼이 날뛸 수 있는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에 있다. 판매자는 차량의 사고 이력과 원초적 결함에 대해 훤하게 꿰뚫고 있지만, 구매자는 ‘백치’ 수준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레몬이 축출되고 복숭아가 거래되려면 익명 정보와 가명 정보의 활용에 대한 규제를 전면 해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지난 달 31일 발언이 주목된다. 그는 "개인 관련 정보를 개인·가명·익명 정보로 구분해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고 가명정보는 개인정보화 할 수 없게 확실한 안전장치 후 활용하게 하며, 개인정보화 할 수 없는 익명정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말처럼 규제개혁이 이뤄진다면 첫차는 날개를 달게 된다. ‘카센터의 비밀’을 손에 넣게 되기 때문이다. 즉  동네의 카센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첫차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카센터의 비밀은 현재 실명 정보라 바로 쓸 수 없다. 실명을 가명으로 바꾸어 비식별화된 정보로 만든 후 공개하면 첫차 같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종 노릇’ 제대로 해야 일자리 늘고 소비도 촉진돼

대기업 적폐?, 주인님 발목 잡는 종놈들 적폐 청산해야

이처럼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결돼 첫차 같은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려면 문 대통령이 강조한 규제개혁이 실천돼야 한다. 관련 법안이 여야 간 당리당략으로 치고받는 국회에서 낮잠만 잔다면 정치가 또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 대통령은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국민의 종인 국회의원들이 종노릇을 제대로 안하고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수십 년 된 적폐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규제개혁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그 피해는 주인인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종들이 가장 열심히 돌봐야 할 서민들은 실업과 소득감소로 절망의 절벽에 서 있다. 문 대통령이 거론한 규제개혁만 이뤄져도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게 돼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아직도 대기업 적폐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진짜 적폐는 국회에 있는 동료나 정적들이다. 이제는 진짜 적폐를 청산해야 절망으로 찡그린 국민의 얼굴에 미소가 돌고 추락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반전의 계기를 잡을 것이다.   


[이태희 편집국장 youyen2000@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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