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 볼까? 말까?]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2017 / 일본 / 우에다 신이치로)
황숙희 기자 | 기사작성 : 2018-09-02 15:11
1,904 views
N
▲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포스터


좀비 영화 촬영 현장 속 등장한 ‘진짜’ 좀비

아비규환 좀비 출몰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뉴스투데이=클라렌스 영화칼럼니스트)


>>> 시놉시스

‘좀비’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인 한적한 교외의 대형 창고. 남녀주인공 카즈유키(나가야 카즈아키)와 아이카(아키야마 유즈키)는 조연배우 하루미(슈하마 하루미)와 함께 잠시 휴식 중이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촬영은 자꾸 늘어지고, 무더운 날씨와 맞물려 감독, 스태프, 배우들의 짜증도 폭발 직전이다.

한편 수풀이 우거진 야외에선 좀비 역할의 배우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사실 이들은 분장한 배우가 아니다. 난데없이 등장한 실제 좀비들 때문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카즈유키와 아이카는 시나리오 속에서 나와 실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이 와중에 감독은 끝까지 영화를 찍겠다고 고군분투하며 배우들을 더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다.

▲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스틸컷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를 정말 ‘제대로’ 재미있고 신나게 보려면 바로 지금 인터넷 창을 닫아주기 바란다. 이 영화야말로 ‘절대’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관람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서 지금 당장 나가기를!!!

(아직 나가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가 시작되면 느닷없이 다른 제목의 영화 <원 컷 오브 더 데드>가 시작된다. 이건 픽사 애니메이션 본편 전에 상영하는 번외 단편격이 아니니 착각하지 말고 잘 봐야 한다. 너무나 조악한, 게다가 단 ‘한 컷’으로 이어 찍은 37분짜리 좀비물은 실제 러닝타임 이상으로 지루하고 굳이 왜 편집을 하지 않았는지 화가 날 지경이지만, 이 37분을 버티고 나면 진짜 영화가 시작될 예정이니 최대한 자세히 꼼꼼히 볼 것을 당부한다.

드디어 <원 컷 오브 더 데드>가 끝나면 이제부턴 이 영화를 둘러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원 컷 오브 더 데드> 본편과 일종의 메이킹 필름을 합쳐놓은 형식이다. 우리는 어떠한 영화든 본편만 극장에서 마주하지만, 우리가 보는 영화적 시선 – 즉 카메라 앞쪽이 아닌 뒤쪽, 바깥 쪽으로 – 을 뒤집어 놓는 것이 이 작품의 아이템이자 주제 그 자체다.

원 테이크로 찍고 그것을 라이브로 중계한다는 무모한 기획, ‘싸고, 빠르게, 대충’이라는 모토로 필모를 채워 온 변두리 감독, 허리상태가 좋지 않은 촬영 감독, 모든 상황에 진지한 남자 주인공과 예쁘고 상냥하지만 ‘아이돌’스럽지 않은 건 철저히 거부하는 여자 주인공 등등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역학 관계와 그 소통의 불협화음, 번뜩이는 임기응변 등이 나머지 한 시간을 채운다.

▲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스틸컷



>>>볼까, 말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답하는 현장 그대로의 예시. 이 살 떨리는 다이내믹한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터지는 포복절도는 언뜻 용납이 되지 않았던 본편의 만듦새를 이해하게 한다. 단 95분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라는 매커니즘을 극적으로 속성으로 전달하는 해설집 같은 영화라고 할까? 책으로 배운 걸 넘어서 현장에서 땀 흘려본 영화인들에겐 감동스러울 수도 있을 만한 전쟁 같은 스케치다.

<아메리카의 밤>(1973), <망각의 삶>(1995), <아티스트 봉만대>(2013)와 같은 영화 속 영화, 영화에 대한 영화의 목록에 추가해 둘, 오히려 이들보다 더 교과서(?)로 쓰일 만한 이 작품은 올해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각각 관객상과 아시아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제 수상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것이긴 해도, 관객상 정도 받은 작품 선택이 실패할 일은 없으니 믿고 봐도 되겠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