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하상가 권리금 폐지 두고 세대전쟁 점화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8-08-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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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하상가 모습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서울시, 2788개 지하도 상가 '권리금' 거래 폐지

중고령층인 기존 상인은 3000억원대 권리금 날리지만, 청년층의 최대 진입장벽 제거돼

서울시가 1년 넘게 이어진 논란 끝에 을지로·명동·강남·영등포 등 지하도상가 점포  2788 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창업’을 두고 세대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간의 임차권 양수·양도란 사적으로 '권리금'을 주고 받는 행위를 지칭한다.

기존 상인이 개척해놓은 '영업권'에 대한 보상금 개념인 권리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비공식적인 제도로 꼽힌다. 이러한 권리금은 상인이 흘린 피와 땀을 보상해준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권리금 제도로 인해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이 자영업을 창업하는 데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권리금 제도가 기득계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청년층 등의 도전적인 창업정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서울시가 '뇌관'과도 같이 논쟁적인 권리금 제도 폐지를 추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단 이번 조치로 권리금이 폐지되는 상가는 서울시 지하도상가  2788 개로 제한된다. 이외의 상가 권리금 거래에는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상인들은 3000억원대 정도의 권리금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의 권강수 대표는 "지하상가 1점포당 크기는 주로 10평 내외이고 10년 정도의 기간으로 위탁을 맡는다"며 "다만 서울시에서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전대차이기 때문에 권리금이나 시세를 알 수 있는 중개업소도 없다. 임대료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상 권리금이 많이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임대료나 권리금이 어느정도인지 평균적으로 알 길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KBS, 중앙일보 등 매체 인터뷰에 응한 지하상가 상인들의 인터뷰에선 권리금 1억을 주고 들어왔다는 주장이 많다. 이 경우 지하상가 2788개가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감안하면 약 3000억원의 권리금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2788개 점포수의 총 면적은 15만 6933㎡(약 4만7472평)이다. 인터넷매체 '더스쿠프'는 “시세가 좋을 때 1평당 권리금이 약 1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4조원가량이 지하에 묻힌 셈”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하도상가에 비싼 권리금을 주고 입점한 상인들은 강력 반발하는 반면에 거액의 권리금으로 인해 서울지하도 상가에 입점하지 못했던 청년층과 저소득층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시, "기존 상인들도 임차권 계약시 '권리금' 불인정 조항에 서명해 문제 없을 것" 강조

관련 조례 이미 공포, 계약 만료된 점포는 서울시 경쟁 입찰 통해 '권리금' 없이 입점

최근 서울시는 시(市) 소유 지하도상가의 임차권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조례를 개정했다. 조례 개정안은 지난 6월 29일 시의회를 통과해 7월 19일 공포됐다. 이에 따라 점포들 간의 양도·양수는 금지되고, 계약이 만료된 점포는 서울시가 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점포주와 임대차계약을 맺게 된다.
 
이 같은 조례를 적용받는 상가는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명동, 을지로, 강남, 영등포 등 총 25개 구역 지하상가 상점 2788개 점포다.
 
서울시의 지하도상가 임차권 양도·양수 금지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는 새로운 정책 실현이 아닌 법령에 위반된 조례를 개정하는 것으로 공무원의 당연한 업무를 집행하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서 임차권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반한다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이 나왔고, 감사원 감사에서도 조례상 임차권 양도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데 기존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계속 묵인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현행법상 권리금에 대한 보상 절차와 규정은 없다”며 “특히 양도·양수를 할 때 임차권을 받는 사람은 ‘권리의무 확인서’를 받게 돼 있다. 그 확인서에는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분명히 포함돼 있음에도 상인들은 권리금을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권리금을 잃은 점포들을 보상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얼마를 주고 받았는지 확인 할 수도, 확인할 권리도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권리금 받지 못하게 된 2788 개 점포 주인들은 대부분 1970년대부터 입점한 고령층
 
사실상 기존의 점포주들은 입주할 때 지급했던 권리금을 다른 임차인에게 받지 못하고 나갈 수밖에 없다. 기존 상인들은 대부분 고령층이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상가는 현재 3000개 가까이 되는데, 1970년대부터 시작한걸 생각하면 이분들의 연령을 짐작할 수 있다”며 “물론 양도도 많이 일어났겠지만 연령대는 아무래도 고령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도상가 면적은 총 15만 6933㎡(약 4만7472평)이다. 권리금 거래는 암묵적으로 진행되다보니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시세가 좋을 땐 대략 1평당 권리금이 1억원에 다다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5조원 가까이 사라지는 셈이다. 

청년 상인 및 예비 창업자들은 '권리금' 폐지 환영
 
하지만 이런 서울시의 조치에 청년 자영업자들의 분위기는 기존 상인들과 사뭇 다르다. 오히려 비싼 권리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고 추후 권리금을 되돌려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해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창업에 대한 부담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벤처창업보다 소상공인 창업의 비율이 훨씬 높은데 점포를 운영하려는 청년은 아무래도 권리금이나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라며 “물론 창업하기 어려운 이유가 그 한 요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하상가 권리금이 사라진다면 아무래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홍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나혜림(29)씨는 “카페 열 때 권리금 1억에 보증금 1억이 들고 추가적으로 인테리어 비용도 따로 들었다”며 “점포를 운영하려는 청년들은 부모님이 돕거나 대부분 대출을 한다. 만약 권리금 1억이라는 조건이 없었으면 보증금 2억짜리로 더 목 좋은 곳에 가게를 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지하도상가 권리금이 사라지는 건 공공시설이기 때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수동에서 운영 중인 이수민(28)씨는 “상권이 죽어서 기존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폐업하는 청년들은 이미 많다”며 “오래 비어있던 점포를 권리금 없이 들어가게 해준다고 하길래 더 좋은 조건으로 구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막상 입점하니 수도가 터져 물이 새고 누수에 전기도 안나오는 굉장히 열악한 곳이었다”고 실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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