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영화] 주피터스 문 (2017 / 헝가리, 독일 / 코르넬 문드럭초)
황숙희 기자 | 기사작성 : 2018-08-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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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주피터스문’포스터 ⓒ엣나인필름



(뉴스투데이=클라렌스의 그래도, 영화)


버려진 자들의 비상, 혹은 착지하지 못한 부유

밀폐된 컨테이너 안에 촘촘히 서 있는 사람들.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아무 반응 않고 불안한 눈길만 나눌 뿐이다. 어딘가 도착한 차량은 사람들을 거칠게 쏟아내고, 이번엔 모두 배로 옮겨 탄다. 그러나 곧 조명이 터지며 멈출 것을 명령하는 확성기 소리. 총성이 울리고 보트가 뒤집어지고, 겨우 뭍에 닿은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 인파 중 하나인 ‘아리안’(솜버 예거) 역시 밀입국을 시도하는 시리아 청년이다.

빠른 뜀박질로 경비대의 추격을 따돌렸다 싶었던 그 때. 어디선가 날아온 총격에 쓰러지는 아리안. 그러나 이윽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몇 발이나 총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간 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 것. 이내 풀썩 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난민촌의 부패한 담당 의사 ‘스턴’(메랍 니니트쩨)이 그의 신비한 능력을 제일 먼저 알아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 한다.

<주피터스 문>(2017)은 놀라운 압도감을 주었던 <화이트 갓>(2014)의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의 신작이다. ( http://www.news2day.co.kr/66739 ) 전작으로 칸의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했던 작가의 관심은 여전히 소외되고 버려진 존재에 맞춰져 있다.



▲ 영화 ‘주피터스 문’스틸컷 ⓒ엣나인필름



‘유럽’이라는 공간을 향한 질문…참담한 현실로부터 공중부양하는 청년

영화의 오프닝은 뜬금없이 ‘목성’을 소환해 그의 위성인 ‘유로파’의 존재를 알려주고, 혹시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필수적인 ‘물’이 있는 그곳에나 가능할 거라는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화면이 열리면 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자마자 죽어버린다. 그리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사실 영화 초반부 그의 형편은 날아오른다기보단 부유한다, 내려앉지 못한다는 말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렇게 감독은 영화 초반 십 수 분만에 글로 설명하고 뒤이은 영상으로 재현하며, 노골적으로 ‘유럽’이라는 공간은 유일하게 ‘살만한’ 곳인 것 같은데 아직 확인하지 못한 곳인 양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우리가 따라갈 사람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무방한 아리안 보다는, 철저히 제3세계(라는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이용하는 스턴의 발걸음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설정은 아름답지만 슬픈 현실의 비유 같은 아리안의 기적을 파는 건 종교를 갖지 않은 스턴이며, (그는 그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헝가리의 영광을 꿈꾼다.) 소비하는 주체는 (아마도) 기독교도들이 대다수일 권력과 돈을 가진 기득권 층이라는 것. 아리안이 이슬람교도임이 거의 확실하다는 걸 이들은 주머니를 열기 전에 생각이나 했을까? 언뜻 대단한 초능력 같지만, 누구 하나 죄책감 없이 해치지도 못하는 그가 히어로는 맞는 것일까? 아직 이들을 따라야 할 여정은 멀다.

단일 민족의 정체성을 대단히 훌륭한 것(사실은 그저 드문 경우일 뿐인)으로 교육받고, 실질적으로는 반 세기 이상 대륙과 단절된 섬나라 신세로 살아온 대한민국. 몇 백 명 수준의 예멘 난민 문제에 필요이상의 우려는 넘치지만, 성숙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GDP규모 세계 11위의 경제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세계 질서의 안정과 책임의 크기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미 아주 오랫동안 난민 문제에 골머리를 앓아온 유럽에서 이 같은 주제가 다뤄지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1,2주 안이면 교차상영 상영관도 찾아보기 힘들 이 작품이 여기서는 별 이야기 거리도 안 될 거라는 착잡한 현실이다.




[황숙희 기자 art-stage@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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