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몰락의 뿌리]⑤ 저출산 속 베이비부머간 ‘생존경쟁’ 가열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08-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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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자영업이 사실상 몰락의 수렁으로 떨어지면서 한국경제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조기 퇴직과 100세 시대가 맞물리면서 대다수 한국인의 직업적 탈출구 역할을 해온 자영업의 위기는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삶의 기반 붕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돌리는 시각이 많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폐업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상당히 다르다. 한국 자영업 몰락은 경제정책 전반의 실패와 인구사회학적 요인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돼 만들어낸 현실이다.
 
그 해결책도 최저임금 정책의 변화와 같이 단순한 데 있지 않다. 다각적이고도 총체적인 해법의 모색만이 자영업에게 다시 희망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자영업 시장의 ‘포화 상태’가 문제의 본질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국내 자영업계가 몰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은 단편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많은 자영업자가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 부담을 호소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자영업 위기의 복합적 원인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기형적인 국내 자영업 구조가 시장의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시장이 극도로 포화한 상태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5명 중 1명이 자영업을 한다. 구체적인 숫자는 약 660만 명에 이르며, 이는 OECD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떤 산업이든 이 정도 규모의 산업은 치열한 시장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이 이렇게 비대해진 이유는 이들 자영업자가 대체로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이른 퇴직과 재취업난으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자영업을 ‘마지막 탈출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퇴직금을 긁어모아 낯선 업종에 서투른 창업을 했다가 폐업하는 일도 다반사다.
 
 
자영업자 중 40~50대가 58.7%에 달해, 대형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출점 경쟁이 치명적
 
실제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영업자의 연령별 비중은 40~50대(58.7%)가 가장 많았다. 진입 업종도 주로 초기 창업이 쉬운 프랜차이즈나 도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등에 한정돼 있다. 같은 기간 통계청에 따르면 ‘별다른 선택이 없어서’ 창업을 한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3명 중 1명꼴이었다.
 
반대로 소비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계속된 경기불황과 물가상승,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현실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라면 경제력을 갖춘 국내 소비자들은 대부분 저출산 세대다. 사상 최악의 인구 감소가 우리나라 소비경제의 축을 무너뜨리고 있는 동안 베이비부머 세대는 끊임없이 생계형 자영업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자영업자가 79로 봉급생활자(91)보다 12포인트 낮다. [그래픽=연합뉴스]

여기에 대형 프랜차이즈 등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출점 경쟁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보통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장 많이 시작하는 것이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프랜차이즈 창업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장 수를 늘려 이익을 내려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경쟁사 지점 바로 근처에 신규 출점을 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근접 출점이 심각한 대표적인 업종인 편의점은 올해 기준 전국 매장 수가 4만 개를 웃돈다. 편의점 문화가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일본과 비교해도 인구 1명당 점포 수가 2배를 뛰어넘는다. 그 결과 우리나라 편의점의 점포당 평균 연매출은 5억 원 안팎으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최저시급이 높고 가맹수수료도 많은 일본 편의점은 연매출이 20억 원에 달한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출혈경쟁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기로에 서게 된다. 지난달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브랜드의 경우 한 해 평균 79.3개 브랜드가 생기고 이 중 58개가 사라졌다. 이들의 평균 영업 기간은 6년 6개월로 전년보다 9개월이 줄었다. 즉, 신규 브랜드는 끊임없이 증가하는 가운데 폐업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 대비 10.2%p 높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식, 숙박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지난해 48만3985개가 새로 생기고, 42만5203개가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결국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자영업의 과잉경쟁도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들은 은퇴 후 재취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영세한 생계형 창업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숙련된 경험을 가진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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