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암의 속살속살] 삼성과 현대차, 하반기 채용에서 ‘여성 50%’ 뽑아야
오운암 사장 | 기사작성 : 2018-08-01 17:21   (기사수정: 2018-08-01 18:20)
1,861 views
N
▲ 오운암 뉴스투데이 사장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오운암)

'인구론'에 고통받는 이 땅의 수많은 딸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

글을 쓰면서 먼저 이 땅의 젊은 아들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다. 왜 딸들만 챙기냐고 할까 봐.

필자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얼마 전 끝난 2018년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하여 이제 발령만 기다리고 있다. 딸이 최종 합격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금년에 떨어진 또 다른 수십만 명의 대한민국의 아들, 딸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3년째, 4년째 학원가와 도서관에서 혈투(?)를 벌일 생각을 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무엇보다 자기만 사회에서 낙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절망감과 심적 괴로움으로 내년 상반기 시험까지 또 1년을 노력해야 하니, 딸의 그런 과정을 2년 동안 옆에서 지켜본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진다.

왜 공무원 시험에 젊은이들이 이토록 몰리는가?

딸은 서울 소재 대학 인문계를 졸업하고 대기업의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지만, 결과는 안 좋았다. 인구론(인문계 대학 졸업자는 90%가 논다)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인문계 출신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학생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명문 대학을 나와도 인문대 출신 여학생들은 갈 데가 없다. 필자의 친한 친구의 딸이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생인데 그 사연이 험하다. 본인을 포함하여 대기업 필기시험에 합격한 서울대생들만 모인 면접대비반 4명 전원이 낙방했다고 했다. 수년 전 일이고 이러한 상황은 근래 더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면접기회도 없고, 대안으로 입사한 중견기업에선 ‘오너일가 갑질'에 환멸 느껴

인문대를 졸업한 여대생들은 아예 서류전형에서조차 떨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당당하게 필기시험을 봐서 실력을 보이고, 면접을 통해서 “회사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소신을 피력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필자의 딸도 대기업을 포기하고 중견기업을 택했다.

지인 소개로 들어간 중견기업에 10개월가량 다녔지만 결국 퇴사했다. 이유는 오늘날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그렇듯이 구시대적인 경영방식도 맘에 안 들었지만, 특히 오너 회장이 임원을 달아 심어놓은 젊은 아들, 딸들의 무례한 태도에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이렇듯 대기업은 서류조차 받아주지 않고 중소,중견기업은 적은 보수와 복리후생도 문제이지만, 후진적인 경영방식 탓으로 특히 인문대를 졸업한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들은 4년 동안 애써 공부한 전공과는 무관한 채 9급 공무원 시험으로 계속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또 다른 부류가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높은 시험경쟁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공무원 딸 둔 부모, 대기업 다니는 남친과의 결혼 반대?

필자의 지인이 서울시 모 구청에 근무하고 있는데 들려주는 얘기가 격세지감일 정도다.

수년 전부터 삼성,LG 등 대기업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퇴직하고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들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연봉도 상대적으로 적은 하위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2년, 3년을 공부해서 들어오는 이유는 대기업이 야근도 많고 근무가 힘들어 비록 월급은 적지만 근무 강도도 적당하고 평생 안정된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공무원 딸을 둔 부모는 자기 딸이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펄쩍 뛰면서 적극 반대한다고 한다. 대기업도 다 필요 없고 안정적인 공무원 남편을 만나라면서.

필자의 지인이 얼마 전에 내게 해준 얘기도 놀랍다. 조카가 삼성전자에 3년 정도 다니다가 몇 년 전에 그만두었는데, 이번에 우체국 직원이 됐다고 하는데 축하해주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우정사업본부에 근무하는 국가직 공무원이 된 것이다.

딸이 아는 같은 대학 출신 남자 동료는 대기업인 롯데그룹에 합격하여 6개월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경찰시험공부를 하여 9급 경찰공무원이 됐다고 한다. 대기업을 그만둔 이유가 조직의 생리가 안 맞았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어느 곳보다 조직체계가 엄격한 경찰을 택한 젊은 친구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또 다른 지인의 딸은 명문 외고를 나와 명문대 신방과를 졸업했는데, 역시 대기업 문을 두드리다가 잘 안 되어 결국 9급 공무원 시험준비를 다시 시작하여 합격하고 작년부터 서울시 구청 산하 보건소에 다니고 있다. 보건소를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외국어고에 신방과를 나온 친구가 구청 보건소 업무라니 뭔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딸의 대학 졸업 여자 친구는 지금 중견 기업에 몇 년째  다니고 있는데, 최근에 딸이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것을 보고 자기도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이 달 8월부터 시험 공부를 해서 내년 상반기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겠다고 한단다.

삼성 다니던 여성 과장, 회사 관두고 국가공무원으로 전직

필자가 삼성에 근무할 때, 벌써 8년 전 일이다.

전(前)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과장 여사원이 찾아왔다. 한 달 있으면 차장 진급이 확실시되는데, 민간기업 경력이 있으면서 시험을 쳐서 뽑는 국가공무원직에 최종 합격하여 인사하러 왔다. 지금 그 여사원은 모 국가부처에 근무하면서 삼성 재직 시보다 연봉은 반밖에 안되지만, 보람 있게 일하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유명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이공계가 아닌 인문사회계 출신들은, 특히 여성들은 더욱 갈 데가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된 지 오래다.

필자의 딸은 얼마 전에 있은 공무원 최종 면접 때, 1대 3(면접관)으로 진행되는 면접이 다 끝나갈 무렵까지 나름 기껏 준비한, 공무원으로 합격한 소감과 각오 등에 대해 면접관들이 질문을 하지 않자 자기가 손을 들고 면접관들에게 기회를 얻어서 소감과 각오 등을 얘기했다고 한다.

말하는 도중 기나긴 시간 시험공부를 하면서 반복된 낙방으로 그동안 겪었던 심적 고통과 회한이 복받쳐 올라 울음이 나오고 끝내 할 말을 다 못하고 면접을 마쳤다고 한다. 나름 필기시험 성적이 안정권이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제 딴에는 그만큼 절실했던 모양이어서 듣는 부모 마음이 무척 아렸다.

같은 길을 걸어 왔던, 지금도 걷고 있고 또 걸어야 할 대한민국 모든 딸들의 울음이다.

한국 기업 내 여성 경쟁력은 탁월, 기획력과 대인관계에서 남성보다 열정적

여성 일자리 창출은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의 해법, 저출산과 저성장 모두 해결

필자는 삼성 재직 시, 갓 들어온 딸들 같은 여사원들이 국내 기획,조사,홍보,인사,마케팅,연구개발 현장에서 뿐아니라 해외 현장을 누비며 오히려 남자 사원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특유의 세심함과 창의력, 기획력, 활동력으로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누가 여사원은 대외 활동력, 비즈니스 교제력이 남자 사원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내부 일에만 적합하다고 했는가? 필자가 지금까지 30여 년간 기업과 조직에 있으면서 직접 겪은 바는 오히려 남성보다 강하고 실적과 성과도 좋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려고 2006년부터 13년간 153조원을 쏟아붓고 앞으로 더 쏟아붓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기업에 다니는 한 여성 간부는 “제발 엉뚱한데 그런 막대한 돈 쏟지 말고 그것도 아까운 국민 세금으로 하는 건데 당장 그만두고 여성들 일자리나 많이 만들어 주라”고 격양되어 말한다.

여성 일자리 문제도 곧 경제다. 기업이 계속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고 여성 일자리도 함께 늘어난다. 문제도 경제에 있고 답도 경제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야 경제 살리기에 표면적으로나마 적극적으로 나서는가 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연일 재계와 소통하면서 투자와 고용 확대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재계의 화답이 순차적으로 나오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때 필자는 하반기 신규채용에서부터 재계의 대대적이면서 구체화된 변화를 희망해본다.

모든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신입 여사원 채용 비율을 최소 50% 이상 뽑는 과감한 조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재계는 말로만 기업경영에서 인문학적인 소양과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떠들지 말고 그러한 소양을 갖춘 인문계 출신의 여학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대폭 확대해 주었으면 한다.

정부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엉뚱하게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차라리 여사원을 많이 뽑는 중소, 중견 기업들에 대한 채용과 출산 등의 장려금으로 대폭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능력 있고 어디에 내놔도 열정적으로 일할 우리의 소중한 대한민국의 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어 인원이 한정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리고, 되더라도 빠르면 2년 늦으면 4년 이상이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과연 결혼을 해서 자녀들을 낳아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지게 할까?

대한민국의 수많은 딸들이 우선적으로 좋은 직장을 구해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이루고 또 최근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로 여유 있는 저녁을 맞이한다면, 굳이 어렵게 들어간 돈 많이 주는 기업을 그만둘 리도 없다. 또 이러한 안정된 삶이 지속된다면 자연스럽게 최근의 유럽처럼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짊어질 어머니가 될 우리의 딸들을 위해 국가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금년 하반기부터 삼성,현대차,LG,SK,CJ,한화,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의 우선적인 동참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