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몰락의 뿌리]③ 건물주의 탐욕이 부른 젠트리피케이션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8-08-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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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촌의 '본가궁중족발' 앞에서 법원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가게 앞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이 사실상 몰락의 수렁으로 떨어지면서 한국경제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조기 퇴직과 100세시대가 맞물리면서 대다수 한국인의 직업적 탈출구 역할을 해온 자영업의 위기는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삶의 기반 붕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돌리는 시각이 많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폐업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상당히 다르다. 한국 자영업 몰락은 경제정책 전반의 실패와 인구사회학적 요인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돼 만들어낸 현실이다.
 그 해결책도 최저임금 정책의 변화와 같이 단순한 데 있지 않다. 다각적이고도 총체적인 해법의 모색만이 자영업에게 다시 희망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편집자 주>




건물주의 탐욕은 젠트리피케이션 초래해 자영업 폐업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

건물주도 결국 공실률 증가해 소득 감소하는 '부메랑 효과' 낳아 

명동, 홍대 등 핵심 상권 공실률 높아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심화되는 듯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월 263만원, 2009년 5월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궁중족발'이 개점할 당시 임대료다. 보증금은 3000만원이었다. 이후 2015년 5월 월 297만원으로 한 차례 올랐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건물주가 바뀌더니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를 1200만원으로 한꺼번에 4배나 올리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사실상 건물에서 쫒겨난 임차인은 앙심을 품고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렀고,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건물주와의 ‘임대료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자영업자들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갑자기 몇 배씩 올린다 해도 계약기간 5년이 지나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원도 궁중족발 사건에 대해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근거로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서촌이 중심상권으로 발달함에 따라 임대료가 급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임차인, 즉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수년 동안 고생해서 일궈온 삶의 터전을 내주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과도한 임대료는 자영업 몰락의 가장 현실적 이유 중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지금도 무리한 임대료 인상, 즉 건물주의 탐욕으로 쫒겨나는 자영업자가 적잖다. 이들의 위기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건물주의 탐욕이 촉발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은 자영업 몰락의 뿌리 중의 하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궁중족발 사건이 발생한 서촌 일대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건물주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수혜자도 아니다. 한국감정원의 2·4분기 전국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전기 대비 10.7%로 전기 대비 0.2%포인트,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5.2%로 전기 대비 0.5%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최근 소매판매 감소로 최저임금 시행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대가격지수도 중대형과 집합상가 각각 0.02%, 0.05% 하락했다.

결국 건물주의 욕심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부르고, 임대료 급등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의 폐업이 증가하면서 상가의 공실률을 높였다. 그 피해는 부메랑처럼 건물주에게 다시 돌아오는 꼴이 된 것이다. 자영업자와 건물주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인 셈이다.

올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도달하고 있다. 서울 3대 상권으로 꼽히는 명동과 테헤란로, 홍대의 공실률이 급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2분기 명동은 4%에서 6.4%로, 테헤란로는 9.3%에서 11.9%로 올랐다. 홍대 상권은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소형 상가의 경우 3.7%에서 17.2%로 가파르게 올랐다.

공실률 증가는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없다보니 수천만 원 가까이 하락한 곳이 수두룩하고, 강남 등 서울 주요 상권에는 권리금이 없는 점포까지 속속 등장하는 등 자영업자 몰락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동일 업종 간 경쟁이 심화되고 관광객의 감소,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저하,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쌓여 자영업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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