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몰락의 뿌리]② ‘빚더미 사장님들’, 금리인상 덮치자 ‘도미노‘ 폐업
이지우 기자 | 기사작성 : 2018-08-01 10:44
1,868 views
N
▲ 하반기 미국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자영업자 중‘변동금리’ 대출 차주들의 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영업이 사실상 몰락의 수렁으로 떨어지면서 한국경제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조기 퇴직과 100세시대가 맞물리면서 대다수 한국인의 직업적 탈출구 역할을 해온 자영업의 위기는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삶의 기반 붕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돌리는 시각이 많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폐업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상당히 다르다. 한국 자영업 몰락은 경제정책 전반의 실패와 인구사회학적 요인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돼 만들어낸 현실이다.
그 해결책도 최저임금 정책의 변화와 같이 단순한 데 있지 않다. 다각적이고도 총체적인 해법의 모색만이 자영업에게 다시 희망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편집자 주>



 
개인사업자 은행 원화대출 잔액 300조 돌파, 전년 동기보다 10.8% 증가
 
자영업자 중 연매출 4600만원 미만 51.8%일 정도로 '영세성' 두드러져

영세한 1인 자영업자들, 운영비 및 생활비 대출 늘어

금리인상 기조는 대출 불어난 영세 자영업자의 '도미노' 몰락 초래 

대출 원금 쌓이고, 미국발 금리인상기에 눈덩이 ‘이자’ 폭탄도 우려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돈방석’을 꿈꾸고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빚’의 수렁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수년 동안 모아온 퇴직금에 대출을 껴서 남은 노후를 보내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수입은 줄고 빚 부담은 가중되면서 결국 퇴직금도 잃고 빚에 허덕이다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 폐업으로 직결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적 영향을 받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 중 2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빚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2017년 3분기 정점(574만2000명)을 찍고 계속 줄어들어 2018년 1분기 555만 9000명으로 줄었다. 
 
이렇게 자영업자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인사업자의 '대출 총액’은 커지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그 배경이야말로 자영업 몰락의 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30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288조8000억원)보다 4.6% 증가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0.8% 증가했다.
 
따라서 전체 자영업자는 줄어드는 반면 대출 규모가 커진 것은 수입이 줄어들면서 유지하기 위한 대출을 더 받다보니 규모가 커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직원을 두지 않은 1인·가족사업체일 경우에도, 보통 매달 발생하는 비용은 임대료, 재료비·운영비, 대출원리금 상환액 등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매출 1200만원 미만 사업체가 21.2%, 1200만~4600만원 미만이 30.6%를 차지했다. 최저 연매출 1200만원일 경우 매달 약 100만원 남짓한 돈이 사업주 손에 쥐어지는데 장사를 유지하기 위해선 창업 당시 빌린 돈 외에도, 대출을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여기에 은행권 대출을 넘어 대부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 대출을 돌려막기 위해 고금리 대부업을 찾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에서 총 16조5000억원을 빌린 저신용자 중 21.6%(금액 기준)가 자영업자였다. 자영업자가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뻗은 이유는 ‘사업자금 부족(55.4%)’이 가장 컸다. 이외 ‘생활비(28.0%)’, ‘다른 대출을 갚는 용도(6.2%)’ 등이었다.
 
결국 퇴직금과 대출로 창업을 시작했지만 사업 유지를 위한 대출을 계속 이어가다가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자영업자의 빚 부담은 더욱 가중될 분위기다. 원금에 ‘이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우리나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자영업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은 더욱 커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3월 0.25%p 인상에 이어 6월에도 0.25%p 인상해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1.5%와 1.75~2.00%로 역전되어 있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 두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현재 한국은행은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인상한 이후 금리 동결을 유지하고 있지만 두 차례 더 인상하게 되면 금리 차를 줄이기 위해 한은은 동결을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시중은행 신규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따라 오른다. 지난해 10월 시중은행 평균금리는 4.15%였으나 기준금리 인상 후 계속 오르면서 올해 4월 말 4.49%까지 올랐다.
 
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차주 이자 부담을 키운다. 보통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대출은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이다.
 
대출금리 1%p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120만원을 넘어선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를 1%p 인상 시 자영업자 이자 지급액은 평균 122만2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미국의 연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되면, 변동금리 대출 차주를 중심으로 심각한 경제 부실화를 몰고 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창업 대출은 비단 베이비붐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 또한 취업난 탈출구로 창업을 선택하면서 대출을 찾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실제 신한은행이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을 시작하는 연령은 2012년∼2014년에는 50대 이상이 19.6%까지 올라갔지만 2015년 이후로는 13.4%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비중은 27.2%에서 34.4%로 늘어 30대(29.5%)를 앞섰다. 퇴직금이 마련된 50대와 달리 모아둔 자금이 부족한 20대들의 대출에 의존한 창업 비중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용부진과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영세자영업자들이 받는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향후 금리상승 지속 가능성 등을 감안해 비은행기관, 고위험대출 보유자 및 취약 차입자, 신용대출자 등을 중심으로 대출건전성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