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95) 나의 마카오 여행기 (1)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8-07-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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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혜영]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스테이’와 ‘엔터테인먼트’ 결합한 ‘스테이트먼트’, ‘호텔’과 ‘바캉스’ 결합한 ‘호캉스’ 등…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힐링’
   
과거에 유흥의 도시였으나 현재 가족을 위한 휴양지로 탈바꿈한 도시 마카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휴가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물 좋은 계곡을 찾아 텐트를 치거나 민박을 했다. 형편이 보다 나은 집의 경우 펜션을 잡아 물놀이를 즐기고, 고기를 구워먹는식이 보통이었다.
 
아이들은 튜브를 타거나 다슬기를 잡으며 좁은 계곡을 떠다니고 남자들은 둘 이상 모이면 내기 화투나 술추렴, 여인들은 코펠로 밥을 짓거나 고기를 굽거나 식칼로 수박을 가르며 땀을 훔쳤다. 내 유년기의 휴가란 그러했다. 해수욕장이라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계곡이 바다로 바뀌었을뿐.
 
명당자리를 찾기 위한 눈치작전과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더러운 파도에 몸을 날린다. 쓰레기와 페트병과 함께 떠다니다가 배달 통닭을 먹으며 여기가 어딘가, 나는 무엇인가 망중한 속에 취객들의 아귀다툼을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지루함이 더해지면 난방이 잘 되어 있는 텐트 안에서 땀을 흘리며 만화책을 읽는다. 그러다 밥 때가 되면 어머니가 (그녀의 표현에 의하자면)중공군이 몰려온듯한 인파를 뚫고 공동어시장에서 사 온 뜨뜻한 회를 먹는다.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휴가가 끝나고 터져나가는 짐들과 함께 비좁은 차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면 부모님은 한숨과 함께 웃으며 말한다. "역시 집이 최고지?" 결론적으로 나는 휴가가 싫었다!
 
최근의 휴가트렌드는 ‘호캉스’다. Hocance는 호텔과 바캉스를 합친 말로 호텔에서 즐기는 휴가를 말한다. 전세계 호텔 체인들이 세일하는 시즌을 노려 미리 날짜를 잡고, 항공사들이 세일할때 비행기 티켓도 구입해두면 나름 저렴한 가격으로 편안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나에겐 여섯살, 두살의 어린아이가 둘이 있어 관광형 여행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되도록 많이 걷지 않고 호텔 안에서 휴식과 수영, 식사와 쇼핑이 모두 가능한 곳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겐 휴양형 호캉스가 제격이다.
  
그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 스테이(stay)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가 되는 Staytainment가 가능한 곳을 찾다보니 마카오가 적합이었다. 비행시간도 3시간 10분이어서 무리가 없었다.
  
첫날, 숙박한 그랜드 라파 호텔은 공항에서 택시로 15분 가량 걸렸다. 택시기사분들은 영어를 잘 모른다고 하여 ‘마카오 택시’라는 app을 이용했는데, 한문으로 호텔 이름을 번역해주니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편했다. ‘그랜드 라파’는 (구)만다린 호텔을 리노베이션 했다고 한다. 룸은 좀 클래식한 느낌이었으나 응접실이 있어 공간활용이 좋았고, 슬라이드가 있는 큰 수영장과 키즈까페 두시간 이용이 무료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간 식당 ‘벨라비스타’는 마카오 디저트인 '세라두라'를 잘한다는 평이 있었는데 먹어보진 못했다. 채광이 잘 들어오는 넓은 창이 아름다운 레스토랑이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과 남편은 키즈까페로 가고 나는 마트에 가서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사오겠다며 홀로 나섰다.
 
낯선 나라의 이름모를 골목들을 헤매이는 것은 언제나 두근거리는 즐거움이다. 다국적 체인 호텔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그네들의 민낯. 우리들과 다를바 없는 그들의 일상. 모퉁이를 돌다 우연히 발견하는 맛집이나 거리곳곳에 피어난 꽃들과 이름모를 식물들과 현지인들의 미소.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도보에는 네모난  석회석을 박아 물결무늬나 소용돌이 무늬, 태양과 물고기로 아름답게 장식을 해놓았다. 칼사다(calsada)라는 이것은 포르투칼이 식민지배를 하며 퍼진 건축양식이다.
 


[사진=윤혜영]

거리에는 차찬탱들과 테판야키 식당, 금방과 마사지 샵, 슈퍼마켓들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현지 슈퍼마켓인 來來로 가서 컵라면과 우유, 과자등을 샀다.
 
오전 10시이지만 마트 외에는 문을 연 상점들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정오에 문을 연다고 한다. 골목의 모퉁이를 두어번 돌았을 즈음 소나기가 쏟아졌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마치곤 Wynn호텔의 Wing Lei로 향했다. 미슐랭 one star를 받은 광둥식 요리집인데 런치에는 인당 MOP 188으로 6종류의 딤섬을 고를 수 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엄청난 돌풍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졌다. 겁이 많은 남편은 우산이 없는데 어떡하냐를 연속으로 외치며 호들갑을 떨며 방방 뛰었다. 그 꼴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육두문자가 입밖을 탈출하려는 찰나, 귓가에 “마담? 웨 아 유 고잉?”하는 부드러운 저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금성무를 닮은 호텔직원이 우산을 들어보이며 식당은 카지노 때문에 많이 돌아가야 하니 우산을 쓰라며 두 개를 들이밀었다. 천사의 강림이었다. 덕분에 비를 맞지 않고 오갈 수 있었다.
다음에는 꼭 윈호텔에 묵어보고 싶다. 물론 금성무 때문만은 아니다.
 
마카오는 미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2017년 기준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이 이 좁은 도시에만 19곳이다. 주목할 만한 식당인 Bib Gourmand까지 합치면 종일 식당만 다녀도 모자랄 판이다.
 
윙레이에서 맥주를 곁들여 서브들이 추천하는 딤섬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두번째 숙소인 JW 메리어트로 향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첫째는 하루종일 물놀이를 하겠다고 잔뜩 들떠 있었다.
 
수영장이 훌륭하다는 평이 많았기에 선택한 호텔인데 기대 이상이었다. 네 개의 호텔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Grand Deck은 인공파도가 휘몰아쳤고 투명창을 지나는 유수풀은 튜브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저절로 흘러갔다. 곳곳에 모래사장과 크고 작은 풀장이 있어 이틀 동안 물놀이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사진=윤혜영]

이그젝큐티브 룸을 예약했기에 간단한 식사와 칵테일이 제공되었지만, 아이들이 주전부리를 찾아서 또 홀로 출격을 해보았다. 호텔들은 아케이드로 연결되어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메리어트 호텔 로비로 내려가 갤럭시 호텔 방향으로 걸어가면 다국적 쇼핑센터들과 푸드코드가 있어 손쉽게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었고, 좀 더 걸어 무빙워크를 타면 브로드웨이 호텔의 푸드 스트리트와 이어졌다.

팀호완을 찾아 갈비덮밥과 샤오롱빠오, 창펀 등을 주문하고는 포장이 되는 동안 맞은편 퍼시픽커피로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마셨다. 비싸지만 맛은 없는 커피였다. 이럴때는 본전 생각이 나서 화가 난다. 옆에 앉은 대머리 남자 두명이 침을 튀기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햇살이 비춰 그들의 대머리와 금반지가 영롱하게 반짝거렸다.

마카오의 한낮은 많이 무더웠지만 가끔씩 소나기가 쏟아져 견딜만한 더위였다. 꼬마기차에서 한무리의 가족들이 내렸고, 팀호완에서 요리사들이 갑자기 뛰어나오더니 식칼로 도마를 두드리며 춤을 추었다. 여행의 재미는 이런것이다. 뜻밖의 상황, 예기치 못했던 즐거움. 인생이 정해놓은데로만 흘러가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은가.



[사진=윤혜영]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가는데 중간에 H&M이 있어 둘러보았더니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 꼴라보 제품들이 많이 있었다. 물놀이 하고 있는 첫째를 데리고 나와 겨울왕국 원피스와 목걸이를 사주었더니 동동 뛰며 좋아하였다. 마침 시간이 나면 들리려 했던 CHA BEI커피셥이 눈에 띄길래 아이에겐 초코케익을 사주고 나는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셨다.

옆테이블에 아이와 아주머니들이 앉았는데, 대여섯살 즈음 되었을까, 번잡스러운 사내아이가 신발을 신고 소파를 구르고 매장을 질주해도 여인들은 흐뭇한 눈길로 바라볼뿐 아무런 재제도 가하지 않았다.
 
딸이 타고 있는 그네에도 와서 기어오르고 마구잡이로 흔드는데 엄마로 짐작되는 여인은 광둥어로 수다만 줄창이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해버렸다.
 
[사진=윤혜영]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더 빨리 흐르는것 같다. 물놀이에 지친 아이들은 저녁을 먹으며 꾸벅꾸벅 졸았다. 아이들을 눕히고 침대에 누우니 마카오 호텔들의 화려한 야경들이 앞다퉈 번쩍거렸다. 은은하고 어여쁜 반짝반짝이 아닌, 모든것을 집어삼킬듯 압도적으로 현란한 번쩍임이었다. 카지노 왕국의 현란함은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위압감이 서려있었다.

정보화 사회의 이후는 무엇일까? 정보가 상상으로 전환되는, 감성과 꿈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변할것이다. 스토리텔링, 이야기와 신화, 꿈이 현실처럼 펼쳐지고 기업과 상품의 가치는 그것들과 결합된다.

호텔 수영장에는 인어가 헤엄치고, 로비에는 에이리언과 공룡들이 돌아다닌다. 에펠탑이 거리에 솟아나 있고, 바닥에서 용이 튀어나와 불을 뿜는다. 곤돌라를 타고 인공호수를 가로지르고 음악에 맞춰 분수가 춤을 춘다. 마카오에서는 상상이 곧 현실이 된다.

한때 어른들을 위한 디즈니랜드였던 환락의 도시 마카오는 휴양과 오락 기능을 두루 갖춘 ‘가족 단위 복합휴양지형 레저공간’을 창출하여 초일류 관광도시로 우뚝섰다.

홍콩과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완공되면 문화관광으로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더욱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다. 마카오는 이미 아시아의 허브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2부에 계속)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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