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자 장하성 위축 속, 김동연의 최저임금 ‘속도조절’ 공식제기
이재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07-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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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재영 기자)

김동연 부총리 최저임금 신축적으로 인상 필요성 공식 제기

"도소매음식숙박업·55∼64세 고용부진 최저임금 영향" 인정

소득주도성장론자 장하성 실장 입지 약화 관측, 정부 최저임금 정책 변화 가능성?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의 신축적 인상 필요성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했다.

특히 김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골자로 한 소득주도성장론을 주도해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김 부총리는 도소매음식숙박업과 55∼64세 구간의 고용부진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최근 경영계가 제시했던 ‘업종별 차등화’ 방안에 대한 지지로 보일 수 있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0일 표결을 통해 부결시킨 만큼 오히려 ‘속도조절론’에 무게가 실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월에도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명시적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당시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이 경제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했으나 최근 들어 김 부총리와 역시 경제관료 출신인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발언권이 강해졌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그럴 경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김 부총리는 12일 "일부 업종과 연령층의 고용부진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있다"면서 “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향후 최저임금을 신축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 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부총리는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과 55∼64세 등 일부 연령층의 고용부진에 최저임금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업종과 연령층에 영향이 있는지는 조금 더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 발언, 내년 최저임금 1만 790원 주장하는 노동계 입장과 대치

업종별 차등화 주장하는 경영계 및 소상공인협회 등의 상황 인식과 일치

김 부총리는 향후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관련해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가기보다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여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리적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변수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협상안으로 올해보다 43% 넘게 오른 1만790원으로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을 제시한 상태이다.

경영계와 경제6단체가 업종별 차등화 방안을 제시했으나 최저임금위원회 표결에서 14대 9로 부결됐다. 이는 정부가 선정한 공익 위원 9명 전원이 노동계 입장에서 업종별 차등화 방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차등화 방안의 핵심은 영세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종사 분야의 최저임금 인상폭을 낮추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위원회가 이러한 방안을 부결시키자 소상공인협회, 편의점협회 등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노동계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사태의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부작용’인식, 지난 5월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타 받아

취업자수 증가폭 둔화, 자영업자 몰락 등 경계경보 잇따라 문 대통령 인식 변화?

사실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에 대한 태도를 올해 들어 빠르게 변화해왔다. 우선 지난 4월까지만 해도 2∼3월 고용부진을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단호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문재인 대통령 및 장하성 실장 등의 인식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순 국회에 출석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함으로써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암시했다.

이로 인해 5월 말 청와대 회의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장하성 실장 주도의 ‘소득주도 성장’은 잘돼고 있는데 비해 김 부총리가 주도해야 할 ‘혁신 성장’은 성과가 없다는 식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몰락, 관련 업종의 취업자 수 급감 등의 통계가 잇따름에 따라 김 부총리의 입장이 강화됐다는 관측이다.

경제수석과 일자리 수석이 경질되는 최근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정에서 장하성 실장이 살아남았으나 그 힘은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과정에서 장 실장이 추천했던 곽태선(60)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각종 평가에서 1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낙마했던 사건은 ‘관치금융’ 논란을 야기함으로써 장실장의 입지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관 전대표 본인과 아들의 ‘병역문제’를 이유로 낙마시킨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곽 전 대표의 낙마는 청와대 민정라인이 할 일을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장실장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증”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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