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90도로 절한 이재용, 삼성전자 ‘일자리 창출’ 어렵다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8-07-11 15:56   (기사수정: 2018-07-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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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연일 검찰 압수수색 받는 중...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당부

비행청소년에게 ‘퇴학’ 협박하면서 ‘공부’하라는 선생님 연상시켜

“공포에 떠는 학생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역설을 믿는 것 같다. 대기업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면서 정작 거의 모든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에 대해 그물망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요즘 들어 거의 매일처럼 주요 기업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빅 2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만 봐도 그렇다. 전자는 노조와해 공작 의혹으로, 후자는 공정거래위 퇴직 간부의 불법취업 의혹으로 각각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 사장이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게 일에 매진하라고 하려면, ‘전비(前非)’을 용서해주는 게 상식이다. 과거 잘못을 무조건적으로 용서해줘야 마음을 다잡고 건설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하면서 “과거의 잘못에 대한 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사장은 ‘성격 이상자’이다.

선생님이 비행 청소년에게 “학업에 매진하라”면서 “학폭위(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조사에서 퇴학당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면 비정상이다. 학폭위에서 퇴학당할 수 있다면, 지금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 그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문 대통령, 땀 닦다가 문뜩 이재용 부회장 불러 ‘중대 현안’ 당부

제아무리 강심장도 90도로 절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 집중’은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지만, 그 모습이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이 부회장은 ‘화답’했지만 그 태도의 경직성이 눈에 띄었다.

처지가 어려운 탓인지,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의 짧은 조우에서 무려 4차례나 몸을 90도로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50세인 이 부회장과 65세인 문 대통령의 나이 차이를 감안해도 과도한 인상을 줬다.

사실 이 부회장으로서는 문 대통령은 무서운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노조 와해 공작에 대한 수사는 새로운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만나준 게 고맙다는 태도를 취해야 하는 처지이다. 급기야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5분 독대’ 한 것도 우연이라고 강력 해명했다. 인도 모디 총리 권유로 지하철을 탔던 문 대통령이 땀을 식히는 시간에 이 부회장을 잠깐 불렀다는 청와대 설명까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이 밖에서 이 부회장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들어오라고 했다던가. 

그 설명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심한 처사이다. 대통령과 한국의 국민총생산(GNP)의 25% 안팎을 차지하는 재벌그룹의 총수간의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니다. 서로 예절을 지켜야 한다.

삼성전자의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려면 만남의 격식을 갖춰서 진정성 있게 당부하는 게 기본이다. 땀 닦다가 생각이 나서 지나가는 말로 할 일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 대기업 고용 창출이 그리 쉬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서로 도와도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다. 

더욱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90도로 절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미래에 집중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은 나약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문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할 지경이다. 꿈을 잃은 청년세대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것과 ‘적폐 청산’중 어느 쪽에 더 관심이 큰지 모르겠다. 민심은 이제 적폐 청산보다는 일자리를 갈구하는 게 분명하다. 집권 초기에는 민심과 찰떡 공조를 취했던 문 대통령이 엇박자를 치기 시작한 셈이다.


검찰의 대기업 수사, ‘법과 원칙’영역이라지만 사실은 ‘천기(天氣) 수사'

정치권력이 주먹으로 윽박질러 굴복한 ‘과거’ 묻고 미래에 집중해야

물론 검찰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른 행위이지 문 대통령의 의중과는 무관하다는 게 청와대 논리일 게다. 하지만 검찰의 대기업 때려잡기는 ‘천기(天氣) 수사’의 영역이다. 최고통치권자이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 심기를 헤아리는 행위라는 뜻이다.

따라서 검찰의 대기업 수사와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요청은 별개라는 논리는 ‘위선’이다. 위선은 동양정치 최대의 폐단이다. 과거에는 ‘정치 9단’ 혹은 ‘정치 고수’로 미화돼왔지만, 지금은 혐오의 대상이다.

웃으면서 칼로 쑤시는 행동이 이제는 ‘정치 9단’으로 미화되지 않는다. 겉과 속이 다르면 똑똑한 대중은 염증을 느낀다. 미래를 위한 ‘생산’을 논하려면, 웬만한 ‘과거’는 묻어야 하는 게 세상 이치이다.

정치권력과 고위 공무원이 주먹으로 윽박질러 굴복한 ‘과거’라면 더욱 그렇다.


[이태희 편집국장 youyen2000@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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