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즈니랜드’보다 안전한 ‘에버랜드’ 만든 유인종 삼성물산 상무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07-04 11:36   (기사수정: 2018-07-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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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리조트사업부 유인종 상무 ⓒ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30년 경력 안전전문가’ 유인종 삼성물산 상무, ‘산재예방 유공자 산업포장’ 영예
 
1987년대 삼성코닝서 안전관리자로 첫 발, 미개척지서 ‘최장 기간 무재해’ 기록 달성
 
“만감이 교차합니다. 30년 동안 안전전문가로 지내면서 지옥도, 천당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안전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사고’가 곧 ‘지옥’입니다. 그런데 꾸준히 사고를 줄이고 예방하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면 비로소 ‘천당’에 오른 기분을 느낍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자리인 것 같습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리조트사업부에서 에버랜드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인종 상무(58)는 지난 2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1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2018년도 산업재해예방 유공 정부포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밝힌 소회다.
 
삼성코닝 안전관리자로 시작해 삼성물산 안전담당 임원이 된 유인종 상무는 이날 산재예방 유공자 20명에 선정, ‘산업훈장’ 다음으로 높은 ‘산업포장’의 영예를 안았다. 정부는 1968년부터 매년 7월 첫째 주 월요일을 ‘산업안전보건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다.
 
유 상무는 1987년 삼성 TV 브라운관용 유리를 만드는 삼성코닝에 안전관리자로 입사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2기 졸업생인 유 상무가 삼성코닝에 입사한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안전관리 분야 자체가 생소하던 때였다. 하지만 유 상무는 삼성코닝 수원공장과 구미공장을 아우르는 그룹장으로 승진할 동안 업계(유리제조업) 내 ‘세계 최장기간 무재해 달성’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후 삼성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긴 유 상무는 방재시스템 관리를 거쳐 환경안전팀장으로 부임했다. 이는 유 상무가 삼성코닝 시절부터 기본 사고관리와 예방 시스템, 직원들의 안전 의식 고양을 위한 제도 마련 등 안전관리의 기반부터 체계적으로 쌓아 올린 경험과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 ⓒ 뉴스투데이

 
2009년 에버랜드 환경안전팀장으로 부임해 안전사고 예방관리 책임
 
“1건의 중대사고 발생 이전에 감지되는 300건의 불완전 징후를 철저하게 해결해야”
 
다음은 유인종 상무와의 일문일답.
 
Q. 안전관리 분야에서만 30년간 외길을 걸었다. 그간 어떤 노력들을 해 왔나?
 
A. 처음 삼성코닝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다들 안전모만 겨우 쓴 수준에 체계적인 안전 기반도 전혀 없었다. 안전관리자 자리도 한직 수준이었다. 신입 1년 동안은 정말 사고 처리만 했다. 그러다 보니 뒷수습을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예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려면 우선 기계설비부터 안전해야 했다. 과거 사고 사례를 전체적으로 분석해 설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설비부터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그때 우리나라에 워낙 기반 자료가 없어서, 일본어까지 배워 가면서 일본 자료를 찾은 기억이 난다. 동시에 사람들의 안전 의식을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효과적일지 고민했다. 당시 삼성 코닝에 사내방송이 있어서 제가 직접 콘티를 짜고 기획한 내용으로 매일 안전 특집 방송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뛰다보니까, 회사에서도 알아주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그룹에서도 건설, 중공업 다음으로 삼성코닝이 사고발생율이 높았는데, 안전관리 체계가 잡히면서 사고가 없어졌다. 그 덕분에 ‘자랑스러운 코닝인상’, ‘자랑스러운 삼성인상’도 받았다. 그러다 2009년 무렵 에버랜드에서 안전전문가로 저를 불러줬다.
  
Q. 에버랜드 환경안전팀장으로 부임했을 때 느꼈던 책임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A. 연간 800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찾는 에버랜드에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를 맡게 돼 어깨가 무거웠다. 에버랜드에 오자마자 코닝 때의 경험을 살려서 사고 수습 외에 사고 예방을 위한 파트를 만들었다. FAT(Final Acceptance Tests)도 그때 처음 도입했다. 기획, 설계, 시공, 시운전, 응급 상황까지 다 시뮬레이션한 뒤 모든 상황에서 안전이 확인되면 그때 놀이공원 오픈을 하는 거다.
 
Q.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기존의 틀을 깬 안전제도를 많이 도입했다고 들었다.
 
A. 안전설비를 아무리 들여놔도, 사람의 위험한 습관이 고쳐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만든 게 ‘안전발자국’이다. 회사만이 아니라 가정부터 출퇴근 시간에도 본인이 혹시 불안전한 행동을 했는지 일주일에 한 번씩 설문을 작성하고 점수를 매겼다. 스스로 안전에 둔감했던 행동, 나의 ‘안전발자국’을 되짚어 보면서 습관 자체를 바꾸려는 거다.
 
‘세이프티 스파크스(Safety Sparks)’도 비슷한 예다. 회의 시작 전에 안전 관련 지식이나 상식을 3분 이내로 브리핑하는 거다. 그날 일을 시작하면서 직원들이 잊기 쉬운 안전 의식을 마치 번뜩이는 ‘스파크’처럼 내리꽂는다는 의미다.
 
또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자잘한 사고 징후들부터 발견해 처리하자는 ‘클리어 300’도 강조했다. 하인리히의 1:29:300 법칙(1건의 중대 사고가 나려면 그 이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또 그 이전에 300건의 불안전 징후들이 보인다는 법칙)에서 이름을 따왔다.
 
 
▲ ⓒ 뉴스투데이

 
지난해 에버랜드는 고객사고 0건, 산재건수 1건 달성
 
2~3년전부터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보다 고객 및 직원사고 발생빈도 낮아져
 
Q. 그러한 노력들을 통해 에버랜드는 어떤 안전 성과를 얻었나?
 
에버랜드는 지난해 고객사고 0건을 달성했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일어난 산업재해 건수는 1건이다. 그런데 이는 에버랜드가 1년에 850만 명이 오고 가는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사고 예방을 잘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성과다.
 
아시아 내 비슷한 조건의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와 비교하면 에버랜드가 이미 2~3년 전부터 고객사고와 직원사고 발생률이 더 낮다. 도쿄 디즈니랜드 이상의 안전 관리를 해 내고 있는 것이다. 
 
 
만성신부전증 앓던 친형에게 신장 공여한 후, 기계공학에서 안전공학으로 편입
 
Q. 안전관리 전문가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의지가 있다면?
 
A. 처음부터 안전관리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대학 시절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러던 중 큰형이 만성신부전증으로 생명이 위독한 일이 있었다. 그때 형에게 제 신장을 공여해줬다. 그렇게 1년을 요양으로 누워 있으면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편입으로 안전공학을 선택하고 30여 년간 안전관리자의 길을 걷게 됐다.
 
모든 사고는 원인이 있다. 위험요인을 방치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사고가 일어난다. 원인을 없애주는 게 안전의 첫걸음이다. 흔히들 안전은 ‘운’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의식을 가지고 노력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저는 요즘에도 직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고 하면 변명이 보인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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