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36) 공시족 열풍, 9급 공무원 ‘문화혁명’ 주도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8-06-25 11:54   (기사수정: 2018-06-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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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8년 서울시 제2회 지방공무원 공개채용 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이 시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투데이

수십 대 일의 높은 경쟁률 보이는 9급 공무원 시험 합격한 '신세대'의 경쟁력 눈길

보고서 작성 등 업무 능력 면에서 탁월한 경우 많아

불합리한 지시·비효율적 관행에 논리적 반박하며 조직문화 개선 중

늘어나는 외국인 민원인 상대할 '영어 능통자'들도 많아 

삼성, 현대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 출신 9급 공무원들도 늘어나는 추세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젊고 유능한 공무원들로 인해 공직사회의 풍토가 바뀌고 있다. 특히 9급 공무원 지망생들이 가장 선호한다고 볼 수 있는 서울시 25개 구청은 변화의 물살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분위기이다. 지난 23일 필기시험을 치른 올해 서울시 공무원 채용 경쟁률은 63.2대 1에 달했다. 그런만큼 유능한 인재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청년 취업난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온 '공시족 열풍'이 공무원 '문화혁명'이라는 의외의 성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 구청 공무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청년층 공무원들이 '업무 능력'과 '비효율 개선'에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K 구청의 고참 공무원 L씨는 25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비교적 최근에 합격한 공무원들은 솔직히 과거의 9급 공무원들에 비해 여러 면에서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고방식도 진취적인 경향이 있다"면서 "고참 공무원들 입장에서 보면 조직문화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보면 일을 똑부러지게 잘한다고 느낀다”면서 "신참자의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수정할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고 전했다. 

신세대들의 전향적 사고방식도 구청 공무원 문화에 변화를 주고 있다.   

또 다른 M구청의 관계자 K씨는 “공시족 열풍 속에서 들어온 신참 공무원들은 자기주장도 강해서 상사의 부당한 지시,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선 개선해야 한다고 직접 말을 한다”고 설명했다.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만 일을 처리했던 과거와는 달리 비효율적인 관행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 ‘자기 목소리’를 낸 공무원 덕분에 불필요한 제도가 개선된 사례도 있다. K씨는 "일선 구청의 경우 대부분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기 위한 지문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불구 총무에게 출근 시간을 알리는 관행이 몇 년간 이어졌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불합리에 대해 막연하게 순응해왔는데 최근 젊은 공무원의 논리적인 지적으로 총무 보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지문 인식을 통해 출근시간이 전자적으로 체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무에게 보고하는 '시간 낭비'가 신입 공무원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개선된 셈이다. 

그는 "상사가 회식을 하자고 하면 거절하는 건 꿈도 못꿨는데 젊은 친구들은 개인적인 일로 거절하기도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어 능력면에서도 '구세대'와는 차별화된다. '한류' 덕분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일선 구청 공무원들이 외국인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영어에 능통한 신세대 공무원들은 어려움없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구청의 구청의 관계자 P씨는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신세대의 영어 능력과 관련해 " 최근의 공무원 합격생들은 단순히 필기시험 점수만 높은 것이 아니다"면서 "이는 필기시험 합격 후 진행되는 영어 면접에서 영어회화 능력도 측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공무원 면접은 의례적인 절차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10명 중 2~3명이 면접 전형에서 떨어질 정도로 치열하다"면서 "영어면접에서 외국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실력자들도 흔하게 발견된다"고 전했다. 구청 공무원들도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이라는 게 P씨의 기대어린 분석이다. 

최근 수년 동안 삼성, 현대차,LG그룹등 대기업에 다니다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이직한 청년들의 경우 특히 업무능력면에서 '신참'의 수준을 뛰어넘는 탁월함을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모 구청의 관계자는 "서울시내 모 구청의 경우 최근 수년 동안에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자진 퇴사해서 공무원을 선택한 청년들이 서너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들은  기성세대의 눈에서 볼 때 다분히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9급 공무원 시험을 치러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향한 신참 A씨는 "월급이 적어도 자신의 할 일을 끝내고 더 여유있게 쉴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공무원을 선택했다"면서 "월급은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만족도는 더 높다"고 주장했다. 월급이 줄더라도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현 2030세대의 취향이 구청등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는 것이다. 
 
모 대기업 중역으로 근무하다 은퇴한 K씨는  "아들이 삼성 계열사에 다니다가 우정사업본부 시험을 봐서 입사했다"면서 "대기업의 치열한 경쟁과 바쁜 일상에 지쳐 공무원을 선택한 청년층이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몰고 오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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