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93) 내 맘대로 선정한 - 휴가갈 때 추천하는 도서 목록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8-06-14 15:24   (기사수정: 2018-06-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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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휴가지에서의 기다림 달래줄 도서 추천

대니얼 클로즈 ‘페이션스’, 크리스토프 바타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 外

휴가시즌이 다가온다. 여행의 즐거움은 출발 전에 준비를 하는 설레임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새로운 수영복을 구매하고 비행기와 휴가지 수영장에서 읽을 책도 선정한다.

여행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지만 긴 비행시간과 어느 소도시의 출입국 카운터의 긴 줄은 여행시작 전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나는 그 대안으로 정신을 쏙 빼놓을만큼 재미있는 책을 가져가 잠시 지루함을 잊는다. 이제껏 휴가지에서 읽었던 책 중에서 나름 재미있었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몇 권 소개해본다.




▶ 대니얼 클로즈 - 페이션스

요즘 한국 드라마는 타임리프가 큰 유행인것 같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회귀하는 내용들이 지루할만큼 쏟아져 나온다. 대니얼 클로즈는 미국 출생으로 그래픽노블계에서 상당한 위치를 확고하고 있다.

고로 어떤 책을 선택해도 실패는 드물다. 영화의 원제인 'Patience'는 '인내'이다. 살해 당한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의 인내심 있는 고군분투기를 미국식 블랙유머와 함께 재미있게 그려냈다. 영화로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 대니얼 클로즈 - 고스트 월드

책은 얇지만 내용은 풍만하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시크하게 그려낸 그래픽노블이다. 주인공 이니드의 아버지는 집에 쳐박혀 빈둥거리는 그녀에게 말한다. "네 나이에는 돌아다니며 뭣 좀 훔치고 몰래 마약도 좀 하고 그래야 되는거 아니냐?"

대화는 신랄하며 그 시절 소녀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완벽하게 묘사한다. 나도 그때는 한밤중에 소나기를 맞으며 그네를 타고 비디오 대여점의 영화 포스터를 훔치기도 했으며 모든것이 끝도 없이 따분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중년의 아저씨가 소녀감성을 어찌 이리 잘아는지 경악스럽다.

나의 소녀시대...책장을 덮자 까닭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 크리스토프 바타유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수영장에서 감자튀김과 맥주를 시켜놓고 온종일 노닥거리며 읽으면 좋을 책. 크리스토프 바타유가 불과 21세에 이런 책을 썼다는 사실에 역시 천재는 타고난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신부와 수녀가 베트남에서 선교활동을 위해 배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난다. 선교자들은 병에 걸려 죽고 정착하며 죽고 살아남은 자들이 종교와 삶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행복과 인생의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연 믿음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인간을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나는 실제로 베트남 다낭에 여행갈때 이 책을 가지고 갔다. 읽으면서 참 슬펐고 아득했고 행복했다.




▶ 아고타 크리스토프 -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책장을 덮을 때까지 절대 손을 뗄 수 없는 괴물같은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 어느 시골마을의 쌍둥이 형제가 전쟁에 휩쓸리며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풀어간다 소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3부로 나뉘어져 있다. 마지막까지 이야기는 폭주기관차처럼 독자들을 끌고 가며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책 소개에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해서 그에 관해 찾아보았는데 마음을 끄는 문구가 있어 첨부한다.

“자본주의적 교환은 잉여가치에 의해 지속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결코 닿지 않는 근원적 욕망을 향한 추구를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막상 대상을 손에 넣는 순간 그 실체는 텅 빈 껍데기로 남아 '욕망과 미끄러지면서'결핍을 낳는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이 결핍이 곧 '잉여쾌락'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에너지이다.”




▶ 잔 알폰조 파치노티 - 아들의 땅

문명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버지와 두 아들이 생존하는 서바이블 게임같은 스토리. 아버지가 사망하며 일기장을 남겼고 글을 모르는 아들들은 일기장의 내용을 해독하기 위해 글을 아는 사람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미국작가 Cormac McCarthy의 The Road와 내용이 비슷하다. 더 로드는 아버지가 아들을 이끌고 가고, 아들의 땅은 아들 두명이 스스로 생존해나가는 차이이다.

종말이 도래했을때 야만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존기술 중에 글은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두 책을 비교하며 같이 읽어봐도 좋을듯 하다.




▶ 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책 제목을 미국 시인 Mary Oliver의 Wild Geese의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전쟁과 독재정권과 시대상황이 불러오는 이데올로기에 갇힌 인간들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파도에 휩쓸린 주변 인물들의 인생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1990년의 학생운동과 5.18과 남북상황과 종전 후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해 이어진다.

우리는 무엇일까? 역사의 부스러기, 감정을 가진 주체적 인간.

소설속 '나'는 말했다. "내게 조국은 하나입니다. 선생님. 나 자신이죠"

시대와 국가, 그 틈 속에 흘러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나.




▶ 스티븐 킹 - 별도 없는 한밤에

비행시간이 긴 나라로 떠날 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추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 일단 책장을 연 순간 끝이 날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한 단편들이 모여있는 쨍한 추리소설이다.




▶ 김훈 - 자전거 여행

문장이 너무 유려하고 아름다워서 몇 번씩 곱씹으며 읽으면 좋을 책. 밑줄을 치면서 읽고 싶은 글들로 가득하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죽순이 나와서 50일 안에 다 자라버린다. 더이상은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 다만 단단해진다. 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고,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다. 왕대는 80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다. 눈이 내리듯이 흰 꽃이 핀다.

노 작가의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 독서의 참의미와 글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 김주영, 김별아, 권지예, 구효서, 성석제 外 화가들의 동행

소설가와 화가들이 거제도로 떠났다. 작가들은 글을 쓰고 화가들은 그림으로 그렸다. 글로벌이라 하여 외국으로 많이들 떠나지만 우리나라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들이 느낀 거제도는 어떨까? 또 화가들은 거제도를 어떤 방식으로 그려냈을까?

우리가 미쳐 몰랐던 거제도의 비경과 역사, 소설가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와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기쁨을 주는 책이다.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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