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③철학: 보스형 경영인, ‘3현주의’로 미국시장의 조롱 정면돌파하다
강소슬 기자 | 기사작성 : 2018-05-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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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미지 제공:민정진 화백]

부친인 고 정주영 회장의 경영철학 이어받은 정몽구 회장의 좌우명,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새벽 6시 30분 출근하는 ‘새벽형 리더’…현장에서 ‘배우고’, ‘느끼고’, ‘해결하라’는 ‘3현주의’ 강조

미국 시장에 진출 초기에는 ‘불량의 대명사’로 조롱받기도

실패의 문턱에서 품질경영으로 ‘배수의 진’ 전략…글로벌 5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켜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정몽구 경영철학 하면 바로 떠 오르는 것은 ‘품질경영, 현장경영, 뚝심경영’이다. 정 회장은 이를 통해 ‘지옥의 자동차경주보다도 더 치열하다’ 는 자동차 산업에서 글로벌 완성차 순위 5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으며, 이 같은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하는 경지라는 평가이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 진정한 현장경영을 하는 재벌총수로 꼽힌다.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현장에서 느끼고, 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한다는 ‘삼현주의(三現主義)’는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현장경영을 하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 회장의 좌우명을 보면 그가 얼마나 부지런함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정 회장의 좌우명은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 정주영 회장에게 써주었던 휘호이기도 하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아버지로, 정몽구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론과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현장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의 과감하고 통 큰 경영 스타일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DNA가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정 회장은 부지런한 경영인의 대명사이다. 정 회장이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취임한 이후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관련 임원을 불러 밤새 고민한 주제를 일러주고 토론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았다.
 
정 회장은 현재 매일 출근하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2차례 이상 오전 6시경에 서울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사장 역시 아버지에 이어 오전 6시 30분 출근하는 아침형 CEO로 꼽히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사무직 일반 부서를 대상으로 5월 한 달간 주 51시간 근무 유연제에 대한 시범 운영에 들어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필수 근무시간이지만, 현대차는 근로시간 단축에 그간 보수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는 정 회장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근면‧성실’을 중요하게 여겨 새벽 출근을 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 회장은 임기 초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스형 오너’로 불렀다. 임직원에 대한 장악력과 통솔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부지런함과 뚝심 있는 경영 스타일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1998년 12월 현대·기아자동차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현재까지 놀라운 경영실적을 보여줬다.
 
외환위기 직후 적자 상태였던 현대차를 맡은 지 1년 만에 4000억 원대 흑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해마다 자신의 경영 신기록을 경신하며 성공을 거듭해 왔다. 1998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부실기업 기아를 빠르게 정상화한 것도 그의 부지런한 현장경영 덕분이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정몽구 회장이 경영 활동을 한 지 10여년 만에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서 800만5000 대를 팔며 글로벌 완성차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완성차 브랜드로 만든 가장 대표적인 뚝심경영 사례는 1999년 미국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차량 무상 보증수리 조건을 ‘10년, 10만 마일’로 확대하는 중고차 인증(CPO)프로그램을 실시한 일이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정 회장은 초강수를 두었고, 이 같은 뚝심경영은 결국 놀라운 성공을 가져왔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신차 품질 조사하면 당연 꼴찌였고, 코메디의 소재가 될 정도로 품질이 형편없었다.
 
1998년 10월 미국 CBS방송의 인기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의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은 ‘우주에서 장난칠 수 있는 것 10가지가 무엇일까’라는 문제를 냈고, 10가지 답변 중 하나가 ‘우주선 계기반에 현대차 로고를 붙여라’였다. 우주비행사가 고장 잘 나는 현대차 로고를 보고 지구로 귀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현대자동차를 80마일(128㎞) 이상 달리게 하는 방법은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뿐”이라며 현대차를 조롱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현대(Hyundai)의 영문 이니셜에 빗대 ‘값이 싸면서도 운전할 수 있는 차는 없다는 걸 당신이 이해해주기 바란다(Hope You Understand Nothing's Driveable And Inexpensive)’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미국시장에서 이러한 평가를 받으며 막다른 길에 돌입하자, 정 회장은 곧바로 ‘품질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정몽구는 자동차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맡은 첫 일이 전국을 돌며 고장 난 현대차를 고쳐주는 것이었으며, 나중에 사장직을 맡았던 것도 현대자동차서비스였다.
 
자동차가 왜 고장이 나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 경험을 가지고 그는 생산현장을 누볐다. 사장과 고위 임원들에게도 현장으로 내려가서 노동자들과 호흡을 같이하게 했다.
 
이러한 현장경영을 하면서 정 회장은 1999년 큰 모험을 강행했다. 현대차의 차량 무상보증 기간은 3년, 5만 마일이었는데, 10년, 10만 마일로 늘린 것이다. 당시 미국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막대한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어 3년도 못 넘겨 망할 것이라는 평가를 해 정 회장은 쓰디쓴 혹평을 들었다.
 
세간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정 회장이 품질경영을 선언하고 현장에 직접 뛰어든 뒤 현대차그룹의 품질이 좋아지며, 차량 수리비가 폭팔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매출이 폭팔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1998년 미국 내 현대차의 판매량은 9만대 정도였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 해인 1999년에는 16만대, 그리고 2003년에는 40만대로 폭팔적으로 늘어났다.
 
미국 제이디파워(JD Power) 사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는 2000년 37개 사 중 34위였지만 2004년 38개 사 중 7위, 2006년 3위로 뛰어올랐다. 2016년에는 세계적인 명차 포르쉐를 누르고 품질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돌이켜보면 정 회장이 선택한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증’은 물을 등지고 한 번의 물러섬 없이 죽을 각오로 절박하게 싸운다는 ‘배수의 진’이었다. 1999년 당시의 품질로는 망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망하지 않기 위해 수리비가 들지 않도록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앞장서 현장에 뛰어들었고, 이러한 정 회장의 ‘품질경영, 현장경영, 뚝심경영’의 경영철학은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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