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6개월 근무한 비정규직 조리사가 ‘육아휴직’ 갈 수 있나?
박희정 기자 | 기사작성 : 2018-05-21 11:12   (기사수정: 2018-05-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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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1일 6개월 이상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육아휴직 허용을 의무화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개장안을 의결했으나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사전 조사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오른 쪽 사진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지방선거 출마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정부, 21일 1년 미만 비정규직 등의 육아휴직 허용 의무화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한국 사회 각계의 비정규직은 고용위기, 누가 감히 ‘육아휴직’ 쓸까?

사업주 ‘눈치’보는 대부분 비정규직에게 육아휴직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그림의 떡

비정규직 육아휴직 사용 실태조사 및 여건 개선 없는 의무화 확대는 ‘전시 행정’ 표본

중소기업 관계자, “6개월 아니라 수년 간 근무한 비정규직도 재계약 때 불이익 예상되는 육아휴직 못써”


서울 시내 고교 교사, “학생 수 감소로 조리사 1명 감축해야, 누가 육아 휴직 쓰겠냐” 

오는 29일부터 근속기간이 6개월 이상 된 신규입사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사업주는 이를 의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정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ㆍ의결했다.

그동안 사업주는 1년 이상 근속 노동자에게만 육아휴직을 부여할 의무를 가졌다.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신입사원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보장받지 못해 모성보호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17년 기준으로 1.05명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입사한지 6개월을 갓 넘긴 비정규직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사업주의 눈치를 봐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에게 육아 휴직은 꿈도 꾸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21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1년 이상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도 임신과 출산에 따른 법정 육아휴직을 마음놓고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정부가 1년 미만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도 육아휴직 혜택을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실행을 위한 보완책이 없으면 유명무실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실태, 육아휴직 사용의 제한 요소, 육아휴직 사용자의 불이익 현황 등을 조사해서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 순위”라면서 “현실적으로 수년 동안 근무한 비정규직도 대부분 재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무서워서 법정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쓸 경우 ‘내 책상’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면서 “하물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법에서 보장한다고 육아휴직을 마음껏 쓴다면 재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상식에 속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 교사인 K씨는 “2년 전 1000명이었던 전교생 수가 올해 200명이 줄어든 800명이 되면서 6명의 비정규직 조리사중 1명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만약에 그중 1명이 육아휴직을 쓴다면 스스로 재계약 포기를 선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K씨는 “이 같은 비정규직의 위기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인해 초중고교는 물론이고 대학의 비정규직도 고용 위기에 처해있어 비정규직이 육아휴직 자체를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비정규직 대상을 확대하기에 앞서 현재 육아휴직이 허용된 비정규직들의 사용 실태와 문제점을 조사하는 게 선행돼야 했었다”면서 “지금처럼 6개월 미만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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