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91) 행복이란 무엇일까?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8-05-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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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畵 : 이동국 - 별밤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항상 곁에 있어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

익숙함 속에서 찾지 못했던 '행복'의 발견


며칠전이었다. 아침에 딸아이를 유치원에 바래다 주고 잠시 누웠다가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주변이 빙글 돌더니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극심한 어지럼증이 몰려왔고 쓰러지길 반복했다. 급히 근처의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진단결과는 이석증이었다. 귓속에서 어지러움을 유발시키는 돌이 자연스레 녹을때까지 이삼일간 입원하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않으며 아이 둘을 돌보랴, 살림까지 완벽하게 해내려 하다가 몸에 무리가 온 것이리라 짐작되었다. 그동안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다. 속으로 꾹꾹 누르던것이 터져버린 것이리라.

8인실과 2인실이 비어있다고 했다. 쉬고 싶었다. 완벽한 고립을 원하면 군중속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2인실에서 낯선 이와 단둘이 있느니 사람이 북적거리는 8인실이 차라리 나을듯 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간호사가 휠체어에 실어 병실로 이송해주었다.

8인실은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로 시끌벅적했다. 새로운 얼굴이 들어서자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고 돌아가며 물어보더니 일시적인 수군거림이 있었다. 짐작대로 그들은 금새 흥미를 잃었고 화제성이 만발하는 드라마로 관심을 돌렸다.

링거바늘을 꽂고 침상에 누웠다.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밀린 빨래가 떠올랐고 당장 저녁에 먹을 반찬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 떠올랐지만 약을 먹자 이내 깊은잠으로 빠져들었다.

병원생활은 단순하고 규칙적이었다. 시간마다 식단에 맞춘 밥이 나왔고 식사를 하고 약을 먹고는 다시 잠에 빠졌다. 이틀쯤 지나니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부재중 전화가 수십통이 와있었다. 발신지는 남편의 핸드폰이었다. 전화를 거니 기다렸다는듯 즉각 딸아이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엄마. 아직도 아파? 엄마 목소리 듣고 싶었는데 왜 지금 전화해? 엄마 아픈건 괜찮아? 물 많이 마시고 채소랑 골고루 많이 먹어야 빨리 나아. 알겠지?”

아이는 평소에 내가 자기에게 해주던 말을 돌려주고 있었다. 딸의 목소리를 들으니 내가 그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져 가슴이 사무쳤다. 아이가 걱정할까봐 눈물을 참으려 부러 무뚝뚝함을 가장했다. “아빠 말 잘 듣고 밥 잘 먹고 동생이랑 놀고 있으면 엄마가 곧 갈거야"


소중함을 환기시키는 삶의 작은 변화

전화를 끊고 나면 항상 눈물이 났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하루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점점 좋아질것이고 아이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컷 보고 만질 수 있고 더 많이 사랑해줄 수 있는 것. 내겐 그것이 가장 절실했다.

항상 곁에 있기에 잊어버리는 소중함을 환기시키기 위해 삶은 순간순간 위기에 봉착하곤 하나 보다. 이튿날 회진을 온 의사가 많이 좋아졌으니 다음날 퇴원을 해도 된다고 했다.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일어났더니 저녁 어스름이 내려 있었다. 주위가 어둑하니 사위고 바람이 불었다. 창 밖의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자기 앞의 生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아무 생각없이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딸아이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밥은 먹었어? 뭐해? 나 유치원 갔다와서 손 씻고 장난감 갖고 놀았어. 엄마는 아직도 아파?”

“린이야. 엄마도 밥 먹었어. 아빠랑 하윤이랑 놀고 있어. 엄마 내일 집에 갈거야”

“엄마. 집에 오면 동화책 읽어주세요. 일부러 동화책은 안 읽고 있었어. 엄마가 동화책 읽어줄때 나를 사랑하는거 알아요”

아이의 말에 가슴이 미어졌다. 어느새 알게 모르게 철이 들고 있는 딸. 불현듯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중 한대목이 떠올랐다.

- 행복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윤혜영 선임기자 geo05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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