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한국 교사들, 스승의 날에 ‘김영란법’ 공포 증후군
강소슬 기자 | 기사작성 : 2018-05-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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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스승의날, 이젠 달아드리지 못하는 카네이션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스승의 날, 김영란법 시행이후 ‘기쁜 날’이 아니라 ‘공포의 날’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지만 일선교사들에게는 ‘공포의 날'로 변질되버렸다. 지난 2016년 9월 부정청탁금지법인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교사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기대되고 설레는 게 아니라 부담만 백배되는 날이 바로 스승의 날이다. 

교사들의 반응을 보면 ‘공포의 날’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김영란법은 스승의 날에 편지 한 통 또는 카네이션 꽃 한 송이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조차 법의 허용 범위를 넘는 것이 아닌지 학부모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교사들은 아예 문제소지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감사의 마음을 담은 꽃 한 송이 조차 무조건 거절하는 추세이다. 

급기야 올해부터는 ‘스승의 날’에 임시 휴업을 선택하는 학교들이 생겨나거나 스승의 날을 폐지해버리자는 청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카네이션은 허용되지만 개별 학생이 주는 카네이션 덥썩 받으면 김영란법 위반

까다로운 조건 숙지못하고 선물할 경우 스승을 ‘범죄자’로 만들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 선물 및 금품제공 금지 적용 범위는 어떻게 될까? 교사들이 걱정하는대로 대단히 까다롭다. 학생이 주는 카네이션을 기쁜 마음에 덥썩 받으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국·공립학교 교사, 사립학교, 유치원 교원 및 임직원, 어린이집 원장,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포함된다. 단 누리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가정 어린이집 교사나 원장에게는 선물이 가능하다.
 
대신에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의는 스승의 날 선물을 손 편지, 감사 현수막, 카네이션으로 한정했다. 카네이션 한 송이도 모든 학생이 전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 대표 한 명이 담당 교사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만 카네이션을 전달 할 수 있다.

학부모가 직접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행위는 김영란법에 위반된다. 이는 학생에 대한 평가와 지도를 담당하는 담임교사 및 교과 담당교사와 학생(부모) 사이에 금품 등을 수수하는 금지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담임교사에게는 선물이 가능하지만, 해당 교사가 올 해는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 경우만 해당된다. 졸업 후 은사에게 보내는 선물은 가능하지만, 형제자매가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면 까다로운 조건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스승을 ‘범죄자’로 만들게 된다.
 

▲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14일 스승의 날 폐지 또는 휴일 지정을 원하는 청원글 15일 현재 참여인원은 600명을 넘겼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서울시내 11개 및 경기지역 24개 중고교는 올해 스승의 날 '임시 휴업' 선택해 

현직 교사, "촌지받던 그 분들은 높은 지위에서 김영란법 운운" 비판하며 ‘스승의 날’ 폐지 국민청원 제기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스승의 날을 맞이해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하기로 한 서울의 초·중·고교 11개 학교가 재량휴업을 하기로 결정했으며, 경기지역은 24개의 학교가 재량휴업을 실시한다. 이는 스승의 날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휴업으로 전해진다.
 
해당 학교들은 ‘사회적 분위기 및 시선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심적 부담 완화를 위해 재량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휴업 사유를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글과 김영란법의 완화를 촉구하는 청원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청원은 지난 14일, 17년차 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이 올린 글이다. 그는 현재 교육현장에서 스승은 없어졌다며, 스승이 없는 스승의 날은 차라리 폐지 또는 휴일로 지정하자는 글을 남겼다.
 
고등학교 교사라 밝힌 청원인은 “과거 촌지를 받고, 차별을 하고, 학생들에게 분풀이식 체벌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시절 그분들은 이미 은퇴 후 안락한 삶을 살고 있거나 높으신 분이 되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위치에서 ‘김영란법’운운하며 청렴이란 단어를 입에 담고 있다”며 “지금 교육 현장의 젊은 교사들은 그들의 멍에를 지고 억측같은 오해와 지탄을 받으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중 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방어권 조차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하루를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저 교육을 서비스하는 근로자일 뿐 ‘스승’은 없어졌는데, ‘스승의 날’은 존재해 이 날은 교사에게 힘든 날”이라며 “아이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내미는 꽃 한송이 받아도 죄가 되는 세상이라니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하거나 휴일로 지정해 하루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선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면 뭔가를 바라는 교사처럼 비추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소리를 내놓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교사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지고 살얼음판을 딛는 느낌”이라 전했다.
 
실제 김영란법이 시행된 첫 날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건넸다는 신고가 접수되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다는 주장과 소액이라도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고, 이 논란은 관계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캔커피도 받으면 안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일단락 됐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교권과 교사들의 사기는 심연의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게 교육현장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강소슬 기자 soseul@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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