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절제된 정신에서 나오는 ‘받아들임’ - 스토이시즘(Stoicism)
윤재은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8-05-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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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재은]

(뉴스투데이=윤재은 칼럼니스트)

소박함은 상태에 순응하는 것을 말한다. 소박한 삶이란 주어진 자신의 운명과 처지에 순응하고,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순수함, 그자체로서의 삶을 말한다.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절제된 정신에서 나오는 ‘받아들임’으로 살아가는 순응적 삶이다. 그들은 삶으로서 정신을 받아들이고, 정신으로서 삶을 받아들인다.

그들의 삶은 꾸밈이 없고, 솔직 담백하다. 자연의 이름 없는 풀 한포기가 세계를 이루고, 소박함을 나타낼 때, 인간으로서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세계의 구성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소박함은 윤리를 넘어 자연 상태에 순응하는 본질이다.

소박한 삶이란! 생의 완성을 통해 죽음에 다다랐을 때 뒤돌아 볼 것이 없는 삶을 말한다. 이들에게 삶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상태이다. 이러한 시간적 관념으로서 소박한 삶은 본질적 삶이다.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과거를 뒤돌아 볼 필요가 없다. 그들은 세계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 때문이다.

세계에 보여 지는 수많은 물질들은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현혹한다. 높이 솟아오르는 마천루의 도시, 수많은 자동차, 하루에도 수백 가지, 수천가지씩 쏟아져 나오는 풍요로움 속에서 소박한 삶의 추구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나를 가지면 또 하나를 갖고 싶고, 이러한 욕망이 쌓여서 물질적 욕망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눈에 최소한의 물질은 삶의 대상일 뿐 필요이상의 어떤 것도 아니다. 삶의 끝자락에 서면, 이러한 것들을 알게 되지만, 삶의 과정에서 그것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

세계의 물질은 인생을 걸어가는 신발 같은 것이다. 세계를 걷는 소박한 사람들은 한 켤레 이상의 신발을 원하지 않는다. 한 켤레 이상의 신발은 걷는 사람의 자유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신발의 자유는 의지의 자유이다. 무언가를 가지려는 집착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삶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이다.

소유로 부터의 자유는, 세계를 향한 발걸음의 자유이다. 축적의 욕망을 넘어, 자유로의 발걸음, 이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키워드이다. 21세기 디지털사회는 세계가 하나로 소통하는 사회이다. 들뢰즈의 리좀(Rhyzome)처럼 서로의 위계가 없이 상호 소통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유목적 사회를 버리고, 정주(定住)적 가치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유목(遊牧)적 사회에서 우리들의 발걸음은 세계를 향한다. 정주의 사회에서 이동의 사회로 삶을 방향을 옮겨가는 것은, 자유를 향한 유목민의 선택이다. 이러한 자유는 우리 정신으로부터 나오고, 실천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다.

소유의 절제를 통해 이동성의 자유가 보장된 유목적 발걸음이 자유를 향할 때, 최소화된 삶은 우리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만약, 인간의 육체에 날개가 있다면, 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겠지만, 두발의 직립보행을 삶의 수단으로 선택한 인간은 신발의 편안함을 버릴 수 없다.

소박한 삶으로 세계를 걷는 자! 한 켤레의 신발이면 충분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한 켤레의 신발은 소박함을 넘어 삶의 교훈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는 욕망보다, 가진 것을 잘 활용하는 자! 죽음의 끝자락에서 승자의 나팔을 불 수 있다.

시뿌연 연기를 뿜어내는 인간의 욕망은 기관차와 같아, 주어진 철로를 거침없이 달린다. 기관차에 탄 인간들의 거침없는 질주! 부딪치는 와인 잔과 음악소리, 희망의 전주곡 앞에 펼쳐지는 인간의 무희를 통해 쉼 없이 달려간다. 이러한 욕망의 기관차가 속도를 멈추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사고이후, 들려오는 그들의 아우성 소리는 인간 욕망의 부질없음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있어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자! 자신의 발보다 조금 큰 신발을 신어야 한다. 자신의 발보다 조금 큰 신발을 신고 걷는 자! 욕망의 속도를 올리고 싶어도, 속도를 올릴 수 없다. 욕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발은 쉽게 벗겨져 버리기 때문이다. 천천히 걷는 자! 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되리라. 시간의 속도에 순응 하는 자! 그 길에서 수많은 것을 얻게 되리라.

소박한 삶을 철학적 사상으로 삼고 실천에 옮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가리켜 스토아주의(stoicism)라고 한다. 이들의 철학은 정신의 문제를 넘어 실천의 문제를 철학의 과제로 삼았다. 그들이 철학적 이상으로 주장하는 것은, 자기의 힘을 넘어 그 범위 바깥에 있는 것으로서, 아디아포라(διάφορα)에 의해 마음이 좌우되지 않으면서, 정념이 없는 마음의 아파테이아(πάθεια)를 보존하는 것이다.

아디아포라(Adiaphora)는 헬라어로 어느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의 한계를 지적한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이성적 삶을 사는 것은 선이고, 자연에 반하여 충동적으로 사는 것은 악으로 배제하여, 이것과 저것의 중간에 있는 생과 사, 쾌락과 고통 등의 이성적 판단은 아디아포라에 의해 무시된다.

이처럼 아디아포라는 삶에 있어 인간의 이성에 의해 구분되어지는 것들의 대수롭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신의 의지로 명하거나 금하지 않는 행동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잘못된 이성으로 덕을 떠난 이분법적 판단과 행동은 대수롭지 않은 삶의 문제로 규정했다.

아파테이아(πάθεια)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적 개념으로서 금욕적인 생활을 통해 정념이나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인간은 모든 정념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상태로의 삶을 살아가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소박하고, 금욕주의적 삶을  추구한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념에서 해방되고자 하였다. 이들은 인간의 본성이 아닌, 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은 감정에 의해 발생되고, 대응하는 것으로서 비이성적 행위라고 보았다.

인간의 본성 외부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타자의 의지나 사건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로서, 우리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다. 스토아주의적 인간은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의지로서 내면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의 일은 그들의 본질적 삶과 무관하다.

스토아학파는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이르는 학파로서 키프로스의 제논(Zenon)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아테네 광장의 공회당 기둥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기둥(Stoa)을 뜻하는 스토아학파로 불렸다. 이 학파는 제논(Zenon), 로마황제 네로의 스승 세네카(Seneca), 노예 출신 철학자 에픽테토스(Epiktetos),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크뤼시포스(Chrysippos) 등이 있다. 이들의 철학적 과제와 삶의 방향은 욕망을 억제하고, 금욕적 삶을 통해 소박한 인간으로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세네카(Seneca, Lücius Annaeus)는 인간이 삶에 있어 겪는 고통은 인간이 그 일에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인간이 관여하는 욕망과 야망은 개인의 생각과 의견으로서 보편적 이성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욕망과 야망은 고통을 야기한다고 보았다. 인간이 고통으로부터 해방하는 것은 정념에 나타나는 고통의 요소들을 지워버리는 것인데, 인간에게 욕망을 심어 고통을 주는 쾌락과 악을 그들의 감정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스토아주의의 금욕적 태도이다.

이러한 감정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파테이아의 상태를 통해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감정적으로 대입하는 것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이, 이들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하는 것이다. 아파테이아를 통한 영혼의 평화로운 상태는 인간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이며, 행동이다.

삶에 대한 가치의 문제는 정신에서 나온다. 정신은 행동하는 실체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에서 시작하여 여러 개의 길을 걷게 된다. 행동하는 자유는 우리의 육체에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하는 실체는 우리의 정신 안에 있다.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소박한 삶으로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은 스토아주의가 주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윤재은은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 Design Program, 홍익대학교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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