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후폭풍] 삼성 ‘금산분리’ 압박하던 금융당국의 4차원 ‘딴죽 걸기’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05-0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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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이로 인해 삼성그룹의 금산분리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금감원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삼성 지배구조 재편작업에도 영향?
 
금융당국,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매각 촉구…시장가 기준 19조 원 규모
 
당초 삼성물산 보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활용해 현금 확보하는 방안 유력
 
‘기업가치 부풀리기’ 논란으로 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 어려워져 ‘금융위 구상’은 자동 무산
 
삼성그룹의 금산분리를 독촉하던 금융당국이 돌연 어깃장을 놓는 꼴이 됐다. 금융위원회가 밀어부쳐 온  삼성 금산분리 방안을 금융감독원이 훼방 놓는 형국이다. 국민이나 기업이 이해하기 어려운 ‘4차원’ 방식으로 딴죽을 거는 금융당국의 계산법이 궁금한 상황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문제 삼으며 이를 해소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 방안으로 가장 유력했던 것이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팔아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해법이 불투명해졌다.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주식의 처분은 금산분리를 위한 핵심 작업이고, 곧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신호탄이 된다. 그런데 이를 압박한 당사자였던 금융당국이 되레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촉구하며 “강제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삼성생명이 자발적으로 단계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틀 뒤인 25일에는 유광열 금융감독원장 대행도 나서 “금융계열사를 포함한 계열사 간 출자는 금융그룹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첨언했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062만 주(8.23%)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취득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래라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당사 자산의 0.2% 수준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금융권이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유 주식 가치를 매입 당시의 취득가가 아닌 현 시장가로 계산한다. 그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법정 기준을 한참 웃돌뿐더러, 매각해야 할 초과지분의 규모도 약 19조 원에 이르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 삼성전자 지분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이 안정될 뿐만 아니라 19조 원에 달하는 물량이 일거에 풀려날 경우 예상되는 시장충격을 방지할 수 있다.  이때 유력한 방안은 삼성물산이 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이므로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적절한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삼성생명 고리도 자연스레 덜 수 있다.
 
이때 삼성물산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길이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이다.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처분해 약 14조 원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방안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봐야 한다. 현재 금감원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나온 상황에서 섣부른 지분 매각을 단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제기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은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게 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혹을 부인하며 행정소송 검토까지 시사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도 더욱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인데다 소송까지 진행된다면 수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원칙적으로 순환출자 해소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긴 하지만, 경영권 문제라던가 막대한 비용 문제를 생각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보험업법 개정 이슈와 함께 통합 금융감독 실시도 앞두고 있어서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이 시점에 ‘굳이’ 공개했어야 했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의 감리위원회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 최종 의결도 남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자체 감리 사안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처사”라며 “당국이 지배구조 관련해서 삼성에 자발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다그치고 있는데, 실상은 안 그래도 복잡한 셈법을 더욱 꼬아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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