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사물은 본질적 ‘누스(Nous)’에 의해 생겨난다 - 아낙사고라스
윤재은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8-04-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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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재은]

(뉴스투데이=윤재은 칼럼니스트)

사과는 낙타가 될 수 없고, 낙타는 사과가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서로의 생김새와 생각이  다르면,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의 사물은 다른 사물이 될 수 없다. 생명체가 사는 지구도 이와 같다. 서로의 다름은 요소의 성질 자체로 부터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것이 될 수 없다.

세계를 이루는 수많은 생명체들은 각각의 종자(spermato)를 가지고 있다. 모든 생명체의 탄생과 소멸은 이 종자의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종자를 통해 세계의 생명성이 끝없이 연장되는 것은 누스(Nous)의 무한한 운동 때문이라고 아낙사고라스(Anaxagoras)는 말한다. 하나의 대상은 하나의 종자에서 생겨나며, 이러한 종자들은 무한한 반복을 통해 생성, 소멸한다.

누스(Nous)는 생성과 반복의 무한한 운동을 통해 사물의 생성원리로서 이성의 힘과 함께 정신으로 작용한다. 생성의 힘으로 작용되는 본질적 누스는 만물의 근원이며, 힘이다.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것은 각각의 요소들이 생명을 연장하려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성과 정신의 누스에 의해 지배되고 발전한다.

아낙사고라스는 무한한 우주는 누스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누스를 파악하고, 알아챌 수 있다고 보았다. 고대 철학자 플라티누스(Plotinus)도 누스를 만물의 1자로부터 유출된 기능으로 보았으며, 스토아학파에서는 이러한 누스를 창조적 로고스와 동일 시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낙사고라스(B.C.500경 ~ B.C.428경)는 소피스트로 활동하며 과학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천문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여, 태양을 불타는 돌로 보고,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시킬 뿐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태양은 펠로폰네소스(Peloponnesos) 반도보다 조금 더 큰 돌덩어리에 불과하며, 빛을 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천문학적 소양은 우주론과 일식의 원인을 발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자연 철학자들이 세계의 구성요소를 자연의 현상에서 찾으려고 할 때, 그는 생성의 본질적 힘에 관심을 가졌다.

아낙사고라스는 그의 나이 36세 때 그리스 아테네로 이주하였고, 소피스트로서 이오니아 철학을 아테네로 전파하였다. 또한, BC 447년에 착공된 아크로폴리스의 건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페리클레스(Pericles)를 제자로 두어 당시 정치와 학문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페리클레스는 낡은 족벌정치에 대항하여 대중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이용하여 아테네에 민주정을 확립한 정치가이다.

아낙사고라스의 중심 사상인 ‘종자론’은 세상 모든 만물에 그것을 이루는 종자가 있다는 것이다. 낙타의 종자에서 낙타가 생기고 사자의 종자에서 사자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는 각기 다른 요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실체이며, 서로 같음은 그 종이 같은 것으로서, 종의 유사성을 가지고 생명을 유지시켜 나간다.

아낙사고라스의 종자이론과 우주론은 자연철학에 기반 하여 물리적 세계를 우주 생성의 근본요소에 의해 설명하려 한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의 이론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는 물질을 이루는 대상의 요소들을 누스에 의해 생성된 실체로 보았다.

인간과 동물이 생명의 연장을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처럼, 각각의 종자들은 그 자체적인 영양분과 성분에 따라 각기 다른 사물의 모습으로 발전한다. 세계 속에서 대상들의 모습이 각기 다른 이유는, 각 사물의 요소에 각기 다른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성질의 분포 양에 따라 각기 다른 생명체들이 생겨나고 소멸되는 것이다.

아낙사고라스는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은 물질적 유기체 속에 있는 이성의 힘에 기인한다. 종자로부터 생성된 실체는 누스의 힘을 통해 주변의 물체들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분은 서로 다른 각각의 실체들로 태어나고 이들이 모여 세계를 이룬다.

아낙사고라스의 우주론과 종자(spermato)론은 2가지의 단계를 걸친 누스(Nous)에 의해 형성된다. 첫 번째 단계는 우주의 회전과 혼합에 의한 합체의 과정이고, 두 번째 단계는 다양한 생명체의 생성이다. 현대과학에서 주장하는 지구 46억만년의 역사는 아낙사고라스의 이론과 유사한 경향이 있다.

46억 만년 전 카오스 상태의 우주에 무수히 많은 운석들이 회전하며 움직이는데, 이러한 움직임의 힘은 누스이다. 그리고 액체를 포함해서 운석들에 포함되어있는 많은 물질들이 서로 합체되고 결합되면서, 세계의 생명체들이 존재하게 된다는 이론은 아낙사고라스의 이론과 유사성을 가진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에서의 회전과 혼합은 카오스의 단계를 말한다. 카오스의 우주는 깊은 흑암의 상태로서 이러한 어둠이 모여 밤을 이루고, 모든 액체가 모여 바다를 이룬다. 카오스의 우주는 서로 비슷한 원소들의 결합을 통해 합체되고, 원소들의 합체는 대규모 결합을 통해 비슷한 혼합물의 재결합을 통해 생명체로 발전하다.

무한한 우주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나를 있게 하고, 그것이 있게 한 그것은 무엇인가? 세계의 중심에선 인간의 눈에 누스는 단순한 힘의 단계를 넘어 창조의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세계의 다양성 속에서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눈에 누스는 물, 공기, 바람을 넘어 세계를 움직이는 생성의 힘이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성은 정신의 힘으로 유한함을 극복하고자 한다. 세계의 시작과 끝이 알 수 없는 카오스의 상태에서 우리의 이성은 무엇을 알고자 하는가? 세상의 모든 논리와 이론은 진리를 탐구하지만,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저 단순한 주장일 뿐 정답이 없다.

거친 태풍이 몰고 오는 비바람은 인간 생활에 불편을 주지만, 그 결과가 가져오는 커다란 뜻은 세계를 종말로부터 보호한다. 모진 비바람을 이기고 자라난 새싹들은 봄의 기운을 알리는 메시지이듯, 아낙사고라스의 누스는 피폐해가는 우리의 정신에 봄의 새싹을 피우는 힘이다.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윤재은은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 Design Program, 홍익대학교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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