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신’이라 불리기를 원했던 엠페토클레스
윤재은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8-04-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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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재은]

(뉴스투데이=윤재은 칼럼니스트)

우주의 중심에 서서, 그저 나약하기만 한 인간. 신(God)이 되기를 원하는 자! 죽음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자이다. 존재의 근원인 신 앞에서 은혜도 모르고 그 자리를 탐하려는 자! 욕망이 눈앞을 가려 한치 앞도 보지 못한다. 살아서 숨 쉬는 자! 멀리 뛰기를 시도하지만, 신 앞에 서면,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신과 인간! 그 이름만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두 개의 대상.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이 되기를 갈망하는 자! 그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유한한 인간으로 삶의 한계를 느낀 인간은, 죽음에 대한 불안 속에서, 바람 앞에 촛불처럼 나약하기만 하다. 힘과 명예, 그리고 물질 앞에선 인간은 알 수 없는 언어로 신의 자리를 넘보려한다.

육체의 나약함은 인간을 병들게 하지만, 정신의 나약함은 인간을 잠들게 한다. 병은 운동과 치료를 통해 극복 할 수 있지만, 정신은 영혼을 잠들게 하여 영원한 어둠으로 인도한다. 어둠의 끝은 죽음뿐이며, 빛의 세계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영혼의 정화를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신은 육체와 하나가 되어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순수한 정신의 세계를 버리고 타락으로 회귀하면, 정신은 육체를 버리고 본래의 세계로 되돌아가 버린다.

생명의 시작으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자! 먼저 뛰는 사람이 목적지를 빨리 도달하겠지만, 그곳이 죽음의 나락(奈落)이라면, 어느 누구가 빨리 가려하겠는가! 인간의 나약함은 죽음으로 부터오고, 인간의 강인함은 살아있음에 있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자! 승자의 기쁨을 맛보리라. 신의 은총은 살아 숨 쉬는 인간 안에 있고, 그것을 유지하는 자 축복 속에 머물 것이다.

인간이면서도 신으로 남고자, 자신의 몸을 죽음의 골짜기로 던진 고대 그리스인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철학자, 정치가, 예언자였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정확치 않지만 자신의 제자들에게 신적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 속에 몸을 던져 초자연적 신처럼 신화적 신이 되고자 하였다는 설이 있다. 그는 자신의 육체를 던져 신이 되고 싶어 한 인간이었다. 엠페도클레스처럼 인간이면서도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영혼불멸의 신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선 인간은 신 앞에 죄인처럼 숙연해지게 되어있다. 죽음을 바라보거나, 생각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나약한 존재로 죄인이 된다. 하지만 죽음의 한계가 육체와 정신의 분리로 초연해지면, 죽음은 영혼의 회귀일 뿐이다. 엠페도클레스는 철학자의 영혼을 통해 본질을 바라보았고, 그 본질을 통해 죽음으로 다가갔다. 죽음은 단지 존재의 사라짐이 아니고, 현실의 수면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엠페도클레스의 사상은 신과 인간의 관계처럼 서로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가 남긴 두 개의 시를 보면, 그리스 밀레토스 철학자들처럼 자연철학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영혼에 대한 자신을 신이라고 말하는 등 전혀 다른 사고를 가졌다. 인간이면서도 신이 되고자 했던 엠페도클레스는 죽음으로 마감되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엠페도클레스는 출생에 대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기원전 490년 혹은 470년경 그리스 시칠리아섬 남서부의 소도시 아크라가스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는 철학, 정치, 의학, 시에 능통했으며, 불, 공기, 물, 흙에 의한 4원소론을 주장한 철학자로도 유명하다. 그의 철학적 삶은 자연철학을 통해 생성의 본질 탐구였다.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네 가지 근본물질을 통해 뜨겁고, 차갑고, 습하고, 건조한 상태가 세계를 움직인다고 보았다. 4원소의 서로 다른 대립자의 성분들이 세상의 물질을 소멸시키고 생성시키며 세상의 모든 사물을 생성, 변화시키며 유지한다는 것이다. 4개의 성질로 이루어진 원소들은 기하학의 형태로 재구성되는데, 불(火)은 정4면체, 흙(土)은 정6면체, 공기(氣)는 정12면체, 물(水)은 정20면체의 기하학적 성질을 가진다.

그는 4원소론, 기하학적 사고와 함께 창조론적 맥락의 주장에서 생명을 갖는 유기체, 식물과 동물, 인간의 순서로 생명들이 탄생했으며, 생성초기에는 이러한 모든 생성체가 하나의 성으로 이루어졌으나, 시간이 가면서 서로 다른 성들로 분리되어 다양한 생명체로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엠페도클레스는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이 본질적 4원소들이 결합된 합성물이며, 물질들은 원소의 비율에 따라 형태를 바꿀 뿐, 어떤 사물도 새롭게 탄생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4원소에 의해 생성된 모든 물질들은 '사랑'과 '대립'이라는 두 힘이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결합되고 분리된다고 보았다. 만약 물질들의 대립된 싸움이 일어나면, 원소들은 상호 분리되고, 사랑이 일어나면, 원소들은 서로 섞이게 되어 생명의 물질로 태어난다. 이렇게 두 힘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는 소멸되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되는 힘으로 존재하게 된다.

최초의 세계는 조화와 사랑이 모든 것을 지배했으나, 카오스의 시대에 물질에 대한 대립과 충돌 등으로 인해 원소의 결합과 분리가 이루어져 4원소로 분리되면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충돌과 분리의 반복적 활동은 부분적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세계의 물질로 생성되고, 이러한 과정이 연속되어지면서 생명들의 생성과 소멸이 지속되었다. 엠페도클레스는 생명을 가진 인간의 영혼에 대한 윤회를 믿었다. 죄지은 인간은 죽음의 형벌로 우주를 떠다니다가 영혼의 정화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

엠페도클레스는 밀레토스 학파들처럼 새로운 철학을 주장하기보다는 이전의 철학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상을 결합시키거나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물질의 4원소론에서, 세상의 모든 현상은 원인으로서 상반된 대립자의 운동을 통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대립이 생성의 힘이 되고, 생성은 소멸의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생성으로 태어난다.

엠페도클레스처럼 신이 되고자 한 철학자의 삶도,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의 삶도 세계의 시간 속에서 동일하다. 삶과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라면 세상의 모든 것은 사소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가끔씩 자신을 망각한다. 신과 인간의 갈래에서 망각을 통해 신이 되고자 하거나, 자신의 무지를 통해 신이 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망각도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으로부터 생겨나는 정신착란증이다.

세상에 살아있는 생명체중 인간처럼 많은 말을 하고, 많은 것을 요구하는 생명체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삶이 힘들어 신을 원망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어떤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믿으며, 나약한 자신의 존재를 신에게 의지하며, 신을 따른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마치 자신이 신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다양한 욕망은 어디에서 멈출까?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인생의 철로를 질주하는 욕망의 전차는 인간이 부질없는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다. 인생의 전차는 도시의 무한한 질주에서 간이역의 짧고, 달콤한 휴식을 원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시간의 공간, 그리고 휴식과 여유! 이러한 공간이 인생의 간이역이다. 어둠으로부터 태어나 다시 죽음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질주해온 인생의 시간을 간이역에서 한번쯤 뒤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이면서 인간이기를 갈망하는 사람은 평범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신의 이름을 팔아 가면으로 자신을 가린 사람은, 신의 이름을 빌려 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엠페도클레스는 신이 되기를 원했지만 신을 기만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을 던져 신의 세계로 되돌아가고자 하였던 신화 같은 사람이다.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윤재은은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 Design Program, 홍익대학교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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