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온라인 시대의 신종직업, '드루킹 회원'?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8-04-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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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킹이 12년간 운영해온 네이버 블로그. 프로필 하단에 2009년과 2010년에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이력이 공개되어 있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처]

2000년 초반부터 정치 분석글 올리다 네이버 '파워블로거' 선정되어 인터넷 유명인사 된 '드루킹'
 
2014년에 '경제적 공진화 모임' 개설하여 소액주주된 후 본격적으로 세력 조직화
 
안희정 전 충남지사·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접촉해 청와대 내부 인사 청탁 시도한 사실도 밝혀져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네이버 블로그·팟캐스트·유투브·트위터·페이스북 등 각종 SNS를 활용해 인터넷 유명인사로 활약해온 ‘드루킹’(김씨·48)이 최근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따라 그가 운영해온 네이버 카페 ‘열린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하 경공모)’가 함께 화두에 올랐다. 해당 카페는 현재 기존 회원 외에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으며 회원 수는 2500여 명에 이른다.
 
경공모는 드루킹이 지난 2014년 개설한 카페다. 드루킹은 2014년 2월 10일, 카페를 개설한 후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깨어있는 시민들을 모으는 것, 또 그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조직화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주식의 의결권을 모아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광범위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드루킹의 주요 논지는 이렇다. ‘세상을 향해서 불평,불만만 쏟아내는 원민’ 상태로는 ‘적폐세력인 재벌오너가를 쫓아’낼 수 없으니 ‘강한 이해관계’를 통해 시민들이 실질적인 조직을 이루어 ‘진정한 경제적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해당 블로그 글에서 “주식10주의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구한 드루킹은 실제로 소액주주가 되었다.
 
경공모가 다수의 회원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드루킹의 ‘유명세’에 있었다.
 
드루킹은 2000년 초반부터 정치커뮤티니인 ‘서프라이즈’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분석 글을 올려왔다. 2006년에는 네이버 블로그로 자리를 옮겨 친노·친문 성향을 주로 강조하는 정치 평론 활동을 시작해 특정 독자층을 확보했다.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네이버에서 ‘시사·인문·경제 분야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드루킹의 블로그 누적 방문자수는 현재 990만 명에 이른다.
 
최근 경공모가 정치권 내부의 실질적 세력 확보를 목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접촉을 시도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드루킹은 제19대 대선 이후 블로그에서 안희정 지사를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지목했으며, 안 지사에게 접촉해 경공모 주최 모임에 안 지사를 강연자로 초대하기도 했다. 또한 안 지사의 과거 성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졌던 지난달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둘러싼 성폭력 폭로는 청와대의 기획”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드루킹은 더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정권 실세로 판단해 김 의원에게 자신의 지인들을 오사카 총영사 자리와 수석실 행정관 자리에 앉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그간 드루킹과 접촉해온 사실을 인정한 김 의원은 “드루킹이 자신의 무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거기에 상당한 불만을 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드루킹이 문재인 캠프와도 연계되어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현재 수사 중이다. 


▲ 지난 1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공모 주최 강연에서 인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TV화면 캡처]

회원들에게 물품 판매 및 제작 일임, 정기적 온·오프라인 강연 통한 강연료로 자금 충당
 
경공모 회원, "모든 노동은 카페 내에서 계급 승급하기 위한 회원들의 자원 봉사로 이뤄졌다" 증언
  
변호사,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한 직군의 회원들,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경공모 활동해... 사실상 '투잡' 뛰어
   
드루킹이 구속된 후 경공모의 회원들이 하나둘씩 ‘내부고발자’로 등장하고 있다. 
 
증언에 따르면 드루킹은 경공모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자금을 확보해왔다. 강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각 한 주에 한 번씩 2만 원, 한 달에 한 번씩 3만 원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인터넷상의 드루킹의 유명세가 카페 내에서 ‘실질적 지위’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드루킹의 글을 구독하던 네티즌 일부가 경공모 운영을 담당하는 ‘충성 회원’으로 유입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경공모 회원 A씨는 드루킹이 회원들을 상대로 비누, 파키스탄 원단, 유산균 음료 등의 물품을 비싸게 판매했으나 재정 상황을 회원들에게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18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경공모 회원 B씨는 드루킹이 회원들에게 물품 판매 뿐만 아니라 비누 제작을 일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B씨는 “비누를 만든다는 공지가 올라오면 20~30명 정도가 모여 대가 없이 비누를 만들었다”며 “이는 노비·달·지구·태양·은하·우주로 나눠진 등급 승급에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경공모의 채팅방은 등급별로 구분이 되어있으며 카페 내에서 공유하는 정보도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회원들이 경쟁적으로 카페 운영에 참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경공모 내부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방송에 출연한 A씨와 B씨와 같이 드루킹의 실질적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B씨는 드루킹이 며칠 내내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올라있는 것을 두고 “이제 경공모가 세상에 드디어 알려진다”며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드루킹은 법인 등록이 되지 않은 유령회사 ‘느릅나무 출판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의 4층짜리 건물 1~3층을 출판사 명목으로 임대한 드루킹은 이곳에서 경공모 내부회의를 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은 여기에서 매달 485만원의 월세를 냈다. 또한 정확히 추산된 바는 아니나 드루킹 본인은 “경공모의 운영자금은 11억원”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경공모 회원은 대형로펌 변호사, 교수, 주식전문가, 무역업자, 공무원, 회사원, 주부 등의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됐다. 11억 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강연료와 물품 제작·판매 등으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투잡’에 가까운 회원들의 노동강도가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상 경공모 회원들은 자신이 실제로 소속된 회사보다 경공모에 더욱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어 일단 자신을 붙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취업하고 보는 ‘묻지마 취업’이 흔해진 시대다. 또한 현재 소속된 회사에 머무르기보다는 이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자신의 경력 가치를 높이는 것이 낫다는 직장인도 늘어났다.
 
따라서 회사가 직원에게 가치있는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로 변모함에 따라 '진정한 직업'의 의미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경공모 회원 B씨는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거절 당한 후 “더민주 이쪽은 양아치다”라며 “자유한국당 쪽으로도 내가 선을 댈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경공모 내부에서는 경공모 내부고발자들을 색출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돈을 버는 곳’으로 두고, 회사와 별도로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곳에 기꺼이 나머지 시간을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제2·3의 경공모’는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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