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IT업계 주 52시간 특례업종 요청, 개발자들 '열정페이' 유지라며 반발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8-04-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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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로 게임사 밀집 지역 모습 ⓒ뉴스투데이

IT서비스산업협회, 'IT서비스 산업 특례업종 지정' 건의...'사업 내용이 근로시간 준수 어려워" 강조

IT업계 종사자들 "근로자 기본권 지키는 등 직원들 존중 선행돼야" 반발

IT 개발자 K씨, "특례업종 지정되면 회사는 기득권 지키지만 근로자는 '보상없는 노동' 지속해야"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IT서비스 업계가 '특례업종' 지정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정작 일하는 개발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입장만 내놓을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근로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게 일선 개발자들의  지적이다. 

특례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IT근로자 및 프로그래머 등은 주당 52시간 근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게임회사 개발자인 L씨는 17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IT분야 개발자들은 주당 60~80시간 정도 일해야 하는 살인적은 근무환경에 처해있다"면서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수당도 받지 못하는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K씨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 기업으로 IT업계가 남는다면 사업자는 기득권을 유지하지만 개발자들은 '유노동 무임금'이라는 착취적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이 아니라 IT업계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열정 페이'가 제도화된 IT업계의 실상을 체험하고 나면 들어왔던 인재도 도망가려고 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세계적 IT기업의 산실이 된 것은 노동과 기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가 몰린 결과"라고 주장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IT서비스산업협회(ITSA)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고용노동부에 IT서비스 산업을 노동시간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52시간 근무제 대응책’을 의결했다. IT서비스 업계는 "사업 내용 자체가 근로시간을 고정해 놓고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ITSA는 늦어도 이달 안에 52시간 근무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IT서비스 산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52시간 근무제 대응책’을 건의할 예정이다. 특례업종 지정이 어려울 경우 차선책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3개월 단위로 맞춰 지키는 '탄력 근무'를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늘려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실제 IT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로 인해 시간 외 수당, 휴일 수당 등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인력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 특성상의 이유”로 근로조건 개선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휴식권 등 기본권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수당이나 제대로 주고서 얘기하라”거나 “사람을 더 뽑으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상황을 알면서 싼 값에 발주를 요구하는 업체들의 관행들도 법적으로 제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넉넉한 일정’과 ‘충분한 인력’, ‘휴식 보장’ 등의 기본적인 것들이다.

현재 IT업계에서의 높은 업무강도는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정의당 IT노동상담센터가 조사한 ‘2017 게임산업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의 84.2%가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고, 55.5%가 극단적 생각을 한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업종을 특례업종으로 지정하게 되면 이들이 수당을 받지 못하고 밤샘 근무를 하는 것이 합법화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IT업계  종사자들을 ‘고급인력’으로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IT산업 기피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IT서비스업계를 특례업종으로 지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논의하기보단 IT업종 근로형태가 자율성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이 아닌 근로자들과 협의를 통해 이뤄나가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산업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IT라는 국가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방향은 근로자들의 노동이 존중되고 그들의 기본 조건을 향상하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T서비스업계가 특례업종으로 추가 지정될 확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지난해부터 특례업종 분야를 점차 줄이기로 논의한 바 있다. 2017년 하반기엔 기존 26개 특례 업종이 10개로 축소됐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국회 상임기구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다시 5개로 축소됐다. 현재 지정된 특례업종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이다.

 IT업계 한 종사자는 “근로조건을 무조건 맞추라는 정부 입장이 회사 입장에서 어렵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만 근로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아나가야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회사측의 입장만을 강조하니까 더 반발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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