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민 '갑질 만행' 폭로한 블라인드앱, 그 앞에선 권력자가 '을'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8-04-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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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12월 '블라인드' 어플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 '팀블라인드'의 홈페이지. [사진출처=팀블라인드 홈페이지]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등의 '갑질' 폭로 가능케 한 직장인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

금감원 재직자들, 블라인드 앱 통해 "금감원 다니는 게 창피하다"며 김기식 사퇴 주장 

정영준·문성욱 개발자 "수익모델은 아직 개발 중이며 최근 광고 모델 붙였다"

주이용자가 신용 보증된 주요 기업 재직자, 제보 및 폭로 내용의 신뢰도 보장?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지난 12일, 직장인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갑질’이 폭로됐다.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는 광고대행사 직원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는 ‘조 전무가 회의에서 본인 추억을 얘기하다가 팀장에게 영국의 한 장소를 아느냐고 물어봤고, 모른다고 답하자 영국 관련 광고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모르냐며 분노해 음료수병을 던졌다’며 ‘유리병이 깨지지 않자 물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 측에서 “업무상 지위에 관한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13일부터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후 대한항공 측은 “영국 광고를 위해 여러 곳을 찍어오라고 주문했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에 조 전무가 화를 낸 것”이라며 “조 전무가 회의하다가 소리를 지른 것은 맞지만 물이나 음료수를 뿌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며, 조 전무는 자신의 SNS에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조 전무의 일명 ‘물벼락’사태로 촉발된 ‘을’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해당 고발글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뒤 블라인드에는 조 전무가 저지른 그간의 ‘갑질’에 대한 폭로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회사 내의 권력 관계에 의해 불만을 표출할 수 없었던 직원들이 익명 커뮤니티라는 창구를 통해 연이어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블라인드앱을 사용하는 ‘을’들에 의한 ‘갑질’ 폭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 전무의 언니이기도 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일명 ‘땅콩 회항’ 사건 역시 블라인드앱을 통해 폭로됐다.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며 이륙하려던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게 한 사건이다.
 
또한 올해 2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해온 사실이 익명으로 폭로됐다.
 
‘박삼구 회장의 성희롱을 더 이상은 참지 말자’는 제목으로 올라온 해당 글은 박삼구 회장이 2016년 4월과 2017년 1월에 직원들에게 “백허그 안 해주냐? 다음에 해 줘라”, “누가 나서서 허그해주면 성희롱이 아니고 내가 하면 성희롱이니 누가 허그해주길 기다린다”고 발언했다고 폭로했다.
 
최근 과거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의혹이 제기되어 수사에 들어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의견공유 또한 블라인드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위법 판정이 나오면 김 원장을 사임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블라인드앱에는 “요즘 금감원 다니는게 창피할 정도”라며 김 원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김 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현직 금감원장으로서 직무 수행도 맡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의 ‘대나무숲’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블라인드 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성을 무기로 한 SNS를 통한 고발은 실제 사건 해결에도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바 있다.
 
앞서 블라인드 앱을 통해 폭로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역시 해당 글이 올라온 즉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며, 조 부사장은 자신의 SNS에 “다 치기 어린 제 잘못”이라는 사과문을 올리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블라인드 앱은 지난 2013년 12월 개발자 정영준씨와 문성욱씨가 공동대표로 이끈 ‘팀블라인드’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이전에 문성욱씨는 네이버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을 당시 네이버에서 운영하던 ‘사내 익명 게시판’에서 착안해 블라인드앱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앱은 ‘오픈 리퀘스트’를 통해 각 회사에 해당하는 게시판이 열릴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전체 인원의 10% 정도, 대기업이라면 100~200명이 모여야 게시판이 열린다. 
  
블라인드 앱의 수익성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2017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상겸 이사는 ‘아직 계획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돈이 벌리는 플랫폼인지를 검증하고 있는 단계다”라며 “최근에 광고 모델을 붙여놓은 상태며 다양한 기업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주요 이용자들이 직장인들이라 어느 정도 신용 보증이 되어 기업에서도 이 점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현재 블라인드 앱의 재접속률은 80%에 달한다. 이는 국민메신저 카카오와 연동하여 쓸 수 있는 택시앱인 ‘카카오T’의 재접속률 85%에 근접하는 수치다. 재접속률이란 앱의 최초 사용자 중 다시 해당 앱에 접속한 사용자를 따진 비율로, 앱의 공신력을 판단할 수 있는 수치다. 
 
블라인드 앱의 흥행은 한국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을’들이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와 비례한다. 더이상 갑이 마음 놓고 ‘갑질’을 할 수 없는 시대로 변화하는 중인 것이다.

 

[박혜원 기자 won01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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