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꿈터]② 대기업 저격한 정부규제, 청년 스타트업이 ‘유탄’ 맞아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04-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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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왼쪽부터 윤영선 ‘씨세론(CICERON)’ 대표, 김덕윤 ‘팀이에스(Team ES)’ 대표, 이근영 ‘메디웨일(Medi-Whale)’ 이사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김덕윤 ‘팀이에스’ 대표, 윤영선 ‘씨세론’ 대표, 이근영 ‘메디웨일’ 이사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IT 창업은 결코 녹록지 않다. 특히 경험과 자본력이 부족한 청년 스타트업들은 다른 기업과의 체급 차이를 뛰어넘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청년 일자리 대책과 4차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IT 창업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지만, 실전에 나가 있는 청년들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뉴스투데이는 3일 신촌 청년창업꿈터에서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3인의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났다. 김덕윤 ‘팀이에스(Team ES)’ 대표, 윤영선 ‘씨세론(CICERON)’ 대표, 이근영 ‘메디웨일(Medi-Whale)’ 이사는 각각 e스포츠, 번역툴, 의료기기 산업에 딥러닝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청년 창업가들은 이날 우리 사회 창업 생태계에 대해 느끼는 점을 가감 없이 전했다.
 
 
서울에 집중된 창업 인프라, 서울 기반 아니면 시간과 비용 배로 들어
 
Q. 청년 스타트업으로 느끼는 가장 큰 벽은 무엇인가?
 
A. 메디웨일 : 규모가 작은 데서 오는 문제들이 가장 크다. 인력 부족도 늘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의료 분야와 딥러닝 분야를 동시에 다루는데, 사실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인재를 찾는 것은 지금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엔지니어 위주로 멤버들을 뽑고, 의료계와 협업하고 있다.
 
A. 팀이에스 : 자금 문제가 제일 클 수밖에. 시장은 스타트업에게도 늘 완성도 높은 제품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한계가 있다. 서울과 지방의 괴리도 어려운 문제다. 보통 창업 지원 사업은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많이 진행한다. 그런데 서울에 모든 인프라가 있다 보니, 또 서울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힘들다.
 
A. 메디웨일 : 꿈터가 그런 면에서 좋다. 서울에서 주거비용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 스타트업 특성상 밤새는 일도 잦고 출퇴근 시간이 아까울 때도 있는데 여기서 그런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입주기업들끼리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정말 좋은 것 같다. 서로의 경험과 애로사항을 공유하면서 해결책을 찾을 때도 많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 회계·법률 등 비즈니스 지식 얻기 힘들어

 
Q. 창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몰랐던 애로사항이 있다면?
 
A. 팀이에스 : 대기업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회계나 법률 자문. 이와 관련한 시행착오가 은근히 많다. 최근 프랑스 ‘스테이션 F’라는 벤처밸리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많이 놀랐다. 그곳에는 법무사, 회계사, 은행, 우체국 등이 밸리 안에 전부 상주하고 있더라. 기업들은 필요할 때마다 법률 서비스든 특허 문의든 즉각 예약할 수 있다. 일 처리가 정말 빨라진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많이 부족하다.
 
A. 씨세론 : 사소한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청년창업꿈터를 비롯해 여러 정부 기관에서 관련 법률 교육이나 비즈니스 상담을 해 준다. 가서 들어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많다. 직원들에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대해줘도, 계약서에 문장 하나 잘못 쓰면 망할 수 있는 거다. 
 
 
정부 지원사업의 무의미한 가산점 제도
 
대출 받으면 벤처인증, 변리사 고용하면 특허 취득?

 
Q. 정부의 지원사업이나 정책들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A. 팀이에스 : 사실 정부 지원사업 중 앞뒤가 안 맞는 게 많다. 보통 자금이 없는 스타트업에게 정부 사업은 굉장히 중요한 수요처다. 보통 특허나 벤처 인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준다. 그런데 벤처 인증 같은 경우 기술보증기금 대출을 받으면 가능했다. 벤처 인증을 받으면 정부 사업에서 가산점을 받는데, 그래서 필요 없는데도 일부러 대출을 받는 회사들도 많았다.
 
특허도 사실 스타트업 대부분은 한 두 개쯤 가지고 있다. 별다른 검증이 없어 특허 취득이 쉽기 때문이다. 변리사 수고비만 낼 수 있으면 웬만한 특허는 다 통과된다.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씨세론 : 대기업을 겨냥한 정부 정책들이 스타트업에게는 무거운 문제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직원이 출퇴근 시간에 다치면 업무상 재해로 처리되도록 바뀌었다. 대표 입장에서 직원들이 다치면 당연히 산재 처리를 해 주려고 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경우 산재가 발생하면 나중에 정부 지원사업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이 궁극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가는 정책이라는 걸 잘 이해한다. 하지만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잣대가 똑같다 보니, 결국 작은 기업은 정책의 후순위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은 근로조건만큼 업무에서의 ‘자아실현’도 중요
 
팀원간 ‘가벼운 대화’도 아이디어 창출의 시간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규율은 있되 자율성 보장해야

 
Q. 최근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방침이 IT 업계에서도 화두다.
 
A. 팀이에스 : 우리는 오히려 근무시간 자율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보통 8~9시간 일하는데, 바쁠 때는 물론 10시간 이상 일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일한 만큼 다음날 쉬게 한다. 또 업무특성에 따라 업무시간도 유연하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 e스포츠 경기는 보통 오후에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3~4시쯤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절대 노동을 오래 한다고 해서 더 잘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끝내면, 빈둥거린다고 생각할까봐 늘어지게 일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사실 업무시간에 팀원들과 가볍게 대화하는 시간들도 단순히 노는 거라고 보면 안 된다. 서로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게 스타트업의 장점이다.
 
A. 씨세론 : 어느 정도 규율은 있되, 그 안에 자율성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스타트업은 임금이나 근로시간 만큼 자아실현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 그래서 업무의 시간이나 양도 대표인 내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라 각자 팀원들이 믿는 대로 행한다. ‘주 52시간 근무’라는 것은 사실 단순 노동에 더 적합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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