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한계를 가지지 않는 ‘아페이론(ἄπειρον)’
윤재은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8-04-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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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재은]

(뉴스투데이=윤재은 칼럼니스트)

세상의 이치에 있어 ‘있는 것은 있다하고, 없는 것은 없다’하는 것은 이성을 가진 인간들의 본성이다. 하지만 이성의 본질적 오류로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있음과 없음’의 차이를 불완전한 감각에만 의존한다면 우리의 이성은 욕망과 기만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모든 실체는 물질과 대상의 보편적 존재문제에 그 물음을 제기하였고, 물질은 실체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자연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물질이며, 대상이다. 이러한 대상은 실체이기도 하고, 비실체이기도 하다.

자연과 우주의 중심에서, 인간은 원숭이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또 다른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다. 먹고, 마시며 삶을 마감하는 동물적 삶에서 나를 있게 한 근원의 세계로 의식의 눈을 돌렸다.

의식은 판단의 근거로서 의지에 따라 그 길을 다르게 간다. 하나의 대상이 있음과 실체가 되는 것은, 의식과 지각의 간극을 하나의 본질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상의 본질은 사물의 보편성에 있으며, 그 실체는 의식에 나타난다.

이성에 의해 밝혀진 ‘의식의 눈’은 대상의 ‘있음과 없음’을 넘어 그것이 있게 된 근원적 원인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의구심은 질문에 질문을 낳고, 결국에는 세계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하는 욕구가 된다. 본질에 대한 인식은 질문을 통한 반성으로 시작되며,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세계의 자연은 우주의 자연 속에 존재하고, 인간은 세계의 자연 속에 존재한다. 자연에 대한 끝없는 의구심은 한계를 가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는 이를 ‘아페이론(ἄπειρον)’이라 하였다. 그가 말하는 아페이론은 보이지 않는, 정의되지 않은 원소를 통해 그리스어로 ‘무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무한은 신선한 생산성을 가지고 끝없이 우주의 자연을 생산하는 힘을 가진다.

아낙시만드로스가 주장하는 아페이론은 BC 6세기에 제기된 우주론의 한 개념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우주에는 사물이나 현상의 근본을 이루는 무한정의 아르케(arche/처음,시초)가 존재하고, 이러한 무정량의 양을 통해 세계는 끝없이 생성과 소멸의 반복적 역사를 써오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무한정의 아르케는 우주의 모든 생성 물질을 영원히 생산하고, 반복시켜 세계의 대상을 끝없이 만들어 낸다.

우주와 세계에 대한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과 철학적 세계관은 천문학의 창시자라는 명칭을 얻게 만들었다. 그는 세계의 무한한 성질에 주목하면서 세계는 아페이론(Apeiron)이라는 무한자를 통해 세계의 모든 존재가 실체화되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물질이 가지고 있는 뜨거움과 차가움은 어느 한쪽도 영원히 상대방을 지배할 수 없고 양자 간에 균형을 이루도록 되어 있다고 보았다.

세계의 모든 시작은 하나에서 유출되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판단과 의견이 존재하게 된다. 의견은 자신의 판단기준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것만을 통해 진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의견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할 뿐이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는 극단적 선택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쳐 진리를 판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성의 오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모든 진리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본질에 접근하려는 의지의 표상만이 반성을 불러일으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은 비극이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눈물 없는 반성과 의식 없는 주장은 욕망의 껍데기에 자신을 가둬두는 것과 같다.

아낙시만드로스가 말하는 만물의 근원은 양적, 질적으로 무한의 것이며, 신적인 것이다. 만물은 이러한 무한자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며, 생성의 과정에서 땅, 물, 불, 바람의 바탕이되고, 이러한 생성이후 만물이 생겨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원인으로부터 생겨나고, 원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이와 같은 반복을 통해 시작과 끝을 반복한다.

생성의 원인으로부터 삶은 시작된다. 삶의 원인은 죽음과 연계된다. 이러한 삶과 죽음의 구분은 단지 시간의 한계로 구분 지어질 뿐 본질은 동일한 것이다. 아페이론으로부터 생겨난 대상이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거나 하는 것은 하나의 현상으로 작용되는 것일 뿐 본질적으로 그 대상의 근원은 시작과 끝이 없는 하나이다.

세계에 있어 하나의 점은 아페이론으로부터 생성된 하나의 사건이며, 과정이며, 결론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이 하나의 점에서 선을 그리고 그 선의 연장을 통해 다양한 모양들을 만들어가지만 결국 그 점도 선들의 연장을 통해 만들어진 형태들일뿐 시간이라는 지우개를 통해 무한으로 되돌아간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이 갖는 무한자로의 전환은 철학적 의미에서 추상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최초의 철학자라고 칭하며 아낙시만드로스의 스승인 탈레스는 세상의 모든 물질은 ‘물’로부터 생성되었다고 말하였다. 탈레스의 물은 물질의 물이며, 생성의 물이다.

하지만 아낙시만드로스는 우주의 만물에 대한 설명으로 물은 물질적 한계를 갖는다고 보았다. 그는 무한의 성질이 세계의 모든 파동과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에너지는 무한의 힘으로 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아낙시만드로스의 무한자는 세계의 물질이 되면서 생성과 소멸로의 과정을 통해 존재의 질서를 구축한다. 무한자에 의해 생성된 대상들은 경쟁을 통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세계의 질서를 유지시켜나간다.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윤재은은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 Design Program, 홍익대학교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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