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최태원 SK그룹 회장 ③철학: 기업의 新생존전략은 ‘사회적 가치 창출’ 주창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03-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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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지난 2월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18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 참석,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SK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최태원 회장이 주문한 ‘딥 체인지’ 전략…지난해 2.0 형태로 진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 개념 제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늘날 경제를 전 세계 어떤 기업도 미래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서든 데스(Sudden Death)’의 시대로 진단한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굳건한 믿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크게 ‘딥 체인지(Deep Change)’로 요약된다. 2016년 당시 최 회장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근본적 혁신’을 강조하는 의미로 이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딥 체인지’는 그룹 내 어떤 사업 영역에서건 적극적인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주문하는 동력으로 작동해 왔다.
 
지난해 최 회장은 이 개념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차원에서 ‘딥 체인지 2.0’을 주창했다. ‘딥 체인지’는 이제 기업쇄신을 외치는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성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갖춰나가고 있다. 그리고 최 회장은 기업의 미래 생존법이자 새로운 딥 체인지 전략을 다름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찾았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보통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윤리와 사회공헌의 측면에서 자주 이해되어 왔다. 한국 기업 대다수는 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나 봉사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CSR이 어디까지나 대외 평판 관리를 위한 홍보나 마케팅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그러나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의 의미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그룹 신년회에서 “앞으로 미래 고객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고, 사회적 가치가 상품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기업은 이제 생존을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가치는 결코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며,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통해 또 다른 수익모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최 회장은 이를 이른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DBL)’으로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객관 평가해 ‘인센티브’ 를 현금으로 지원
 
SK그룹 내에서도 사회적 기여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측정기준 도입 진행 중
 
올해부터 계열사별 사회적 성과를 경영성과지표에 반영해 평가할 계획

 
SK그룹은 이러한 DBL 전략에 맞춰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사회적 기업 양성을 위한 ‘사회성과 인센티브제(Social Progress Credit, SPC)’를 제안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 전문가인 사회적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기업 분야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적 기업을 돕는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이 분야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2016년 100억 원 상당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44개 사회적 기업에 30억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지난해에도 200억 원 상당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93개 기업에 50억 원을 지원했다. 당해 연말에는 국내 최초 민간자본으로 조성한 ‘사회적 기업 전문사모 투자신탁 1호’를 출범해 첫 투자자로 나섰다.
 
최 회장은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했던 사회적 가치를 실질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DBL 회계 시스템 구축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SK는 계열사별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관련 측정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진도가 빨랐던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자사가 작년 1~3분기에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약 5조1521억 원에 이르렀다는 시범 측정 결과를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이어 SK그룹은 올해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자 경영 평가에 ‘사회 성과 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다. 각 계열사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KPI)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한 기준이 반영된다. 평가 비중도 10%로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 
 
 
사회적 가치 창출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공유 인프라’ 제시
 
그룹 보유 자산을 사회와 공유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모색
 
최근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담론을 ‘공유 인프라’ 개념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자산은 외부에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을 깨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존에는 철저히 수익 창출에만 활용했던 자산을 공유 인프라로 확장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진다”고 역설하고 있다.
 
SK그룹이 가지고 있는 주유소·통신망·대리점·영업망 등을 사회와 나누게 되면, SK 중심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러한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현재는 SK에너지가 3600여 개의 주유소 자산 개방을 선언하면서 이를 활용한 신규 사업 계획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다. SK텔레콤은 대리점 유통망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얼마나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키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최 회장은 그러나 사회적 가치 창출과 공유 인프라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의 주제발표를 맡았던 최 회장은 “SK의 이러한 시도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며 “SK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한 만큼 더 많은 영리기업들이 사회적 가치와 공유인프라를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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