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모르는 중국, 중국을 모르는 노조’, 더블스타-금호타이어 노조의 엇갈린 시선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8-03-2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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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가운데)이 22일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기 위해 광주 송정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선 더블스타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은 22일 광주를 방문, 노조와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거절로 만남 자체가 무산됐다.

양측은 고용보장과 파업금지를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블스타는 3년 고용보장을 약속한 반면, 노조는 10년치 경영계획을 요구하며 사실상 10년 고용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또 더블스타는 인수조건으로 파업금지를 요구한 반면 노조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더블스타는 왜 파업금지를 요구했나= 기본적으로 중국은 노조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밀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노조는 우리가 생각하는 노조와 많이 다르다. 중국에서 노동자는 공인(工人)이라 하고 노조를 공회(工会)라 부른다.

중국정부가 공회를 적극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4월 제7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제5차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공회법이 통과되면서부터. 이후 2001년 10월 제9기전국인민대표대회창우위원회 제24차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공회법의 수정안으로 수정된 이 법은 공회를 사회주의 시장경제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공회는 노동3권 중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으나 단체행동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모든 공회는 당의 기본노선을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2006년 월마트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모든 외자기업에 공회 설립을 촉구한 것은 공회가 정부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회가 회사를 상대로 임금인상과 복지혜택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보호하되,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단체행동은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불허방침에도 일부 외국기업에서 실제 파업이 일어나기도 하고 파업이 발생하면 중국정부는 일방적으로 공회 편을 들어 관제파업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더블스타가 인수조건으로 노조의 파업금지를 요구한 것은 중국기업 입장에서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더블스타와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인수조건에서 "본건 거래(해외 매각)를 반대해 1주일을 초과한 또는 회사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업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무기한 파업금지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매각)계약을 체결하고 거래가 완결될 때까지로 시한을 못박았지만 파업에 익숙하지 않은 더블스타가 파업에 얼마나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블스타는 이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런 페널티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어 파업여부는 인수에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역경제 볼모로 끝까지 가겠다는 노조= 현재 노조는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중국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먹튀’ 논란을 불러온 제2의 쌍용차, GM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로 여론몰이는 물론,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

노조는 20일과 22일, 23일에는 각각 1개의 근무조가 8시간 동안 전면 파업을 실시하고, 24일에는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강행할 계획이다.

노조의 이 같은 강경대응 이면에는 “고용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중국기업으로의 매각보다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정관리 불사’ 카드를 내세운 노조의 강경대응에 일반직은 물론 일부 노조원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반직(사무관리직, 영업직, 연구원) 1500여명은 별도로 대표단을 꾸려 해외 자본 유치를 찬성하는 성명서를 지난 19일 발표하고 직접 노조 설득에 나섰다.

일반직은 법정관리로 갈 경우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의 계속가치는 4600억원인 반면 청산가치는 1조원에 달해 법정관리 시 법원이 청산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도 “더블스타가 아니면 누구도 (금호타이어를) 못 살린다”고 강조했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금호타이어를 살리기 위한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없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현재 유일한 인수후보자인 더블스타는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안되면 미련 없이 털고 나가겠다는 전략인 듯 하다.

차이 회장은 22일 광주로 내려가기 앞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측 자구안을 기다리겠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라고 말해 인내할 시한이 많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30일까지 금호타이어 노사에 경영정상화계획 MOU체결과 함께 매각동의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절차를 즉시 중단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시한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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