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35) 미투 운동 조롱한 하일지 교수를 끌어내린 동덕여대 학생들
송은호 기자 | 기사작성 : 2018-03-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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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하일지 교수가 19일 오후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던 중 그를 규탄하는 한 학생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투데이

한국 사회의 권력기관들이 벼랑 끝 위기로 몰리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도화선이 돼 다른 현직 검사, 그리고 전직 방송국 PD의 내부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이슈도 성폭력을 넘어서 채용비리 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다. 권력을 쥔 사람에 의한 ‘갑질’에 대한 고발 태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전례 없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도미노 사태가 한국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뿌리부터 변혁시키는 단초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하일지 교수, “안희정 관련 폭로자는 질투심 때문 ”  운운하며 성폭력 피해자 조롱

논란 일자 “미투 폄하 아닌 인간의 진실에 대해 말한 것” 강변

자신의 제자 성추행 의혹 폭로되자 사직서 제출

파면 절차 앞두고 "미투는 무례하고 비이성적 도발, 나는 ‘피해자’ "주장

(뉴스투데이=송은호 기자)
 
‘대학가’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폭로 대상이 되자 자신은 오히려 미투 운동의 ‘피해자’라고 뻔뻔하게 나오는 이가 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시킨 것은 미투 운동에 동참한 이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고도 피해자는 되레 자신이라고 말하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미투 운동을 깎아내린 데 이어 제자 성추행 의혹까지 받고 있는 하일지(본명 임정주·62)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피해자는 되레 ‘나’”라며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하일지 교수에 대한 논란은 동덕여대 학생이 하 교수의 미투 운동 폄하 발언을 폭로하면서 시작되었다.
 
A씨는 동덕여대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려 14일 ‘소설이란 무엇인가’ 수업에서 하 교수가 “소설 동백꽃의 줄거리는 점순이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것”이라며 “소설 속 총각도 ‘미투’를 해야겠네”라고 말하며 미투 운동을 조롱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일지 교수가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피해자를 언급하며 “처녀와 달리 이혼녀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 욕망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이 “왜 피해자가 실명을 걸고 폭로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하 교수는 “질투심 때문이다. (안희정 전 지사가)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동덕여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여 하일지 교수의 발언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하일지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직업상 인간의 진실을 말하는 사람으로 여성의 욕망에 관해서 말한 것”이라면서 “농담이 바깥까지 알려지며 논란이 된 것은 의아하고 불쾌하다. 교권 문제를 고려했을 때, 학생들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에 동덕여대 졸업생 B씨가 재학시절 하일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B씨는 동덕여대 커뮤니티에 지난 2014년 하일지 교수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으며, 이후 “만났던 여러 여자 중에 다른 방면에서는 잘 맞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너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성희롱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하일지 교수는 이후 B씨에게 “(키스는) 우정의 표현이었던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키스라는 것이 별것도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성추행을 우정으로 포장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성추행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계속되자 하일지 교수는 19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도발을 받게 됐다”면서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미투 폄하 논란이나 폭로된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는 되레 나”라며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덕여대 학생들은 하 교수는 ‘파면’을 받아야 마땅하므로 사직서를 처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동덕여대 측은 하일지 교수의 사직서 처리를 보류하고, 진상 조사부터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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