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 볼까? 말까?] ‘아이, 토냐’ (2017 / 미국 / 크레이그 길레스피)
황숙희 기자 | 기사작성 : 2018-03-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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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토냐’ 영화 포스터 ⓒ영화사 진진

3월 8일 개봉


(뉴스투데이=클라렌스 영화칼럼니스트)



▲ ‘아이, 토냐’ 스틸컷 ⓒ영화사 진진

>>> 시놉시스

딸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욕설과 폭력으로 훈육하는 싱글맘 곁에서 성장한 토냐(마고 로비).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세바스찬(제프 길롤리)을 만나 성인이 되자마자 도망치듯 결혼한다. 그러나 빼어난 스케이팅 실력을 제외한 모든 관계에 서툴렀던 토냐에겐 엄마 못지않은 성격으로 손찌검을 일삼는 남편 또한 머잖아 벗어나야 할 존재다.

이런 배경을 지닌 토냐는 남들보다 튀는 패션, 선곡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지만, 이는 가족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원하는 심사위원들에게 부당한 점수를 받는 원인이 된다.

미국 여자선수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뛴 토냐는 첫 올림픽인 알베르빌에서 실패의 잔을 들이키지만, 하계대회와의 교차 개최문제로 2년 앞당겨진 릴레함메르 동계올릭픽에서 재기를 노린다. 그러나 그 즈음 다시 가까워진 전남편과 그의 친구로 인해 경기 외적인 일이 자꾸 꼬이게 되고 결국 전세계가 경악한 ‘그 일’까지 터지고 만다.


▲ ‘아이, 토냐’ 스틸컷 ⓒ영화사 진진

>>>알고 보면

김연아 이전에 피겨 스케이팅이 우리나라에서도 큰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카타리나 비트의 올림픽 2연패도, 크리스티 야마구치와 이토 미도리 두 일본계 스타의 우승경쟁도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국가대표 안에서 자국 경쟁자를 향한 ‘린치’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낸시 케리건-토냐 하딩 사건.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2인자가 아름답고 우아한 1인자를 향해 상식 밖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정의된 세상의 평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폭력 사건이 아니었음을, 누군가의 인생이란 적어도 그렇게 단편적인 정보와 편견으로만 재단할 수 없음을 <아이, 토냐>는 드러내려 한다. 불우했던 유년 시절, 떠나간 아버지와 폭압적인 엄마 아래서 스케이트만 아는 운동 기계로 자라난 한 소녀는 불행하게도 사랑하는 이마저 그녀를 보듬기보단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너무 일렀던 그 모든 결정들은 그녀의 찬란한 전성기를 좀먹게 한다.

그녀를 괴롭힌 폭력은 유년기의 어머니, 청년기의 남편뿐이 아니었다. 점프 실력보단 의상의 디자인과 색깔, 풍기는 이미지의 전시를 중요시한 협회와 심사위원단, 그것들을 편향적으로 왜곡하고 유통시켜 장사에 이용한 언론 매체들, 그리고 그것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소비하고 선입관으로 확대재생산한 대중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수 없이 반복하는 대사. “내 잘못이 아니야.”

물론 그녀가 아무리 불우한 가족사를 지녔다 해도 공인이 된 국가대표, 나이가 찬 성인이므로 감내하고 지켰어야 할 책임까지 변명할 순 없다. 그러나 과연 정말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감당해야 할 만큼의 잘못이었을까? 얼마 전 우리 땅에서도 동계올림픽이 끝났고, 비슷한 마녀사냥은 양쪽에서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에 대한 자각과 반성, 조심스런 진실에의 접근은 꼭 이렇게 십 수년이 지난 후에 영화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아이, 토냐’ 스틸컷 ⓒ영화사 진진

>>>볼까, 말까?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가져갔지만, 마고 로비는 그 트로피의 주인이 바뀌었다 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만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녀는 각종 매스컴에 의해 ‘희대의 악녀’로 묘사되기만 했던 실존 인물을 거친 몸짓으로 생생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수 많은 고비의 선택이 ‘원치 않았던’ 결과로 수렴되는 순간순간의 희로애락을 풍부한 표정으로 드러낸다.

오해된 누군가의 인생을 오해한 이들로 하여금 반성과 미안함으로 치환하는 데까지 이르게 하는 설득력. 토냐로 분한 마고의 연기는 충분히 그만한 경지다. “진실된 캐릭터를 통해 한 인물을 판단하거나 비웃지 않는 것, 나는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녀의 변은 선입관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에 어떤 자세로 침잠해 들어갔는지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증거다. 굉장히 오래 기억할 만한 캐릭터, 연기, 배우.


*토냐 하딩과 만난 마고 로비
https://www.youtube.com/watch?v=7LxaS0e7ibo&t=85s


*실제 토냐 하딩과 영화 속 토냐 하딩 비교
https://www.youtube.com/watch?v=xLubKT0EO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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