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145) 일본 직장인들은 왜 재량노동제 확대에 반대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나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8-03-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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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25일 신주쿠 중심가에 모인 직장인들이 일본정부의 재량노동제 확대에 반대하는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아사히신문

재량노동제 대상 확대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실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지난 2월 25일 일본 도쿄의 신주쿠에는 아베정권이 강력히 추진해온 재량노동제의 대상 확대에 반대하는 직장인들이 한데 모여 항의집회와 행진이 이루어졌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AEQUITAS’가 주최한 이번 집회에는 수백 명의 참가자가 모여 ‘재량노동제는 필요없다’, ‘매일 잔업시킬 생각마라’와 같은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였는데 주말을 맞아 외출한 일반시민들까지 뒤섞이며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쿄의 한 IT기업에 근무 중인 타카하시 사토시(高橋 智)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정부가 최근 재량노동제의 대상 확대를 추진하며 여론을 무시하고 객관성이 의심스러운 근거데이터까지 활용하는 모습에 의문을 느껴서 집회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재량노동제 적용을 받는 주변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더라. 지금처럼 애매한 기준으로 제도를 확대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의 위험에 시달릴 것이다.”라는 그의 표정에서 분노마저 엿보였다.

재량노동제 대상 확대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

재량노동제는 간단히 말해 포괄임금제라고 할 수 있다. 매년 근로자와 사측이 한 해의 임금을 협상, 결정하면 그 후에 실제 근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잔업수당 등의 부가적 수당은 일절 지급되지 않는다.

이러한 재량노동제는 애초에 일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으나 일부 기업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계약직 고용에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포괄임금제처럼 많은 부작용과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정부가 앞장서서 재량노동제의 대상 확대를 담은 ‘일하는 방법의 개혁’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2월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표명함에 따라 여론은 급속도로 들끓기 시작했다.

심지어 재량노동제의 확대필요성을 역설하며 정부가 제시한 후생노동성의 조사결과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다수의 오류가 발견되면서 아베 총리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오류는 후생노동성이 2013년에 실시한 ‘노동시간 등의 종합실태 조사’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잔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직원이 월간 통계자료에서는 잔업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의 이상 데이터가 지금까지 360건 이상 발견되고 있다.

반발에 밀린 아베정권, 재량노동제 확대와 관련된 법안내용 전부 삭제

상황이 악화일로는 걷자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심야에 주요 장관과 의원들을 총리관저로 불러 모아 회담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잔업시간의 상한제도 등을 포함한 8건의 법안을 묶은 ‘일하는 방법의 개혁’ 관련 법안에서 재량노동제 대상 확대와 관련된 내용을 전부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여론과 야당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총리가 뜻을 접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열린 기자단의 취재에 응하며 “국민이 (재량노동제의 노동시간) 데이터에 의문을 갖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후생노동성에서 실태를 파악한 후에 다시 의논하고자 한다.”며 관련 내용을 삭제하게 된 이유를 해명했다. ‘잔업시간 상한제도’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 고소득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는 당초 계획대로 이번 국회에 제출하여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제출법안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었던 재량노동제의 대상 확대를 삭제하겠다는 총리의 태세전환은 추가적인 논란을 불러올 예정이다. 총리의 힘을 등에 업고 재량노동제의 확대를 강하게 주장해온 재계의 반발은 물론이고 법안심사를 앞둔 자민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고 있다. 야당 역시 정치공세를 더욱 강화하며 이번 국회를 ‘일하는 방법의 개혁 국회’라고 부른 총리의 책임을 더욱 추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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